외국인투자 사상 첫 200억불弗 돌파, 46년만에 170배↑

올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 규모가 2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플랫폼 구축, 적극적인 규제개혁 등으로 외국인 투자여건이 크게 개선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내년에는 저유가 등의 여파로 주요 투자국의 투자환경이 악화돼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외국인투자 43년만에 170배 증가=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FDI 신고액이 22일 기준 20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FDI 도착액 역시 151억달러로 집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FDI 신고액은 1972년 1억달러(실적 1억2000만달러)를 돌파한 이래 △1985년 5억달러(5억3000만달러) △1987년 10억달러(10억6000만달러) △1997년 50억달러(69억7000만달러) △1999년 100억달러(155억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 이후 130억달러선을 유지하다가 2013년 145억달러 늘었고 지난해 19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2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1972년 1억달러 돌파 이후 43년만에 200억달러 시대를 열게 됐다.


도착액도 2010년 54억달러에 그치던 것이 2012년 100억달러를 돌파한 뒤 올해 150억달러를 돌파했다.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율도 올해 73.9%로 크게 개선됐다.

유형별로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신규투자)형 투자가 지난해보다 31.2%나 늘어 137억3000만달러(67.2%)를 차지했다. 반면 인수·합병(M&A)형 투자는 66억8000만달러(32.8%)로 지난해보다 15.4%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4억5000만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25억1000만달러) △중국(19억7000만달러) △일본(16억1000만달러) △홍콩(13억8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중 FTA 등 투자여건 개선 효과=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증가한 이유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과의 FTA 플랫폼 구축,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규제개혁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일본 스미토모세이카케미칼은 한·중 FTA 수혜품목인 고흡수성수지(기저귀 원료) 생산공장을 설립하는데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EMP 벨스타도 한·중 FTA 발효 효과를 기대하고 냉동·냉장물류센터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자동차·건설·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더블유스코프는 국내 2차 전지 생산기업 납품을 위해 2차전지용 분리막 생산시설을 설립하는데 8500만달러를, 독일 바커케미칼은 국내시장 진출 및 수출 거점 활용을 위해 실리콘, 폴리머 등 화학제품 생산시설을 설립하는데 4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정상외교도 성과도 내고 있다. 정상외교의 주요 대상국인 중동으로부터의 투자는 1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무려 526%나 증가했다. 중국도 지난해보다 70.6% 늘어난 1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여건 개선 노력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창업초기 외국인투자기업의 외국인 고용제한 완화 등 41개 규제를 개선하고 6월에는 부처별 외국인투자 전담관을 지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외국인 투자여건 개선을 위해 그동안 추진했던 노력들이 외국인 투자 200억 달러 달성의 밑거름이 됐다"며 "한·중 FTA를 활용하려는 중국·제3국의 투자가 증가했고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과 중동으로부터의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내년 200억弗 유지 총력, '저유가' 관건=정부는 내년에도 FDI 신고액을 200억달러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20일 발효된 한·중 FTA와 연계한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EU·일본 등의 대(對)한국투자동력 약화, 저유가 여파로 인한 중동 투자여력 축소 등은 악재로 분석됐다.

김 정책관은 "내년 환율 문제와 저유가가 제일 걱정되는 부문"이라며 "200억달러선을 유지하기 위해 한·중 FTA 활용도 제고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