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인질 테러 IS 전술 변화 시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1일(현지시간) 인질극 테러가 발생해 민간인 20명이 숨졌다.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시리아와 이라크 등 거점에서 연합군의 공세로 입지가 약해진 IS가 아시아로 세력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카 외교가의 고급 레스토랑인 '홀리아티잔베이커리'에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친 건 1일 밤 9시30분께. 8-9명으로 추산되는 괴한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기를 난사했다.

이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30여명을 인질로 잡고 현지 경찰과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였다. 특공대는 10시간 만인 2일 오전 7시40분께 레스토랑으로 진입했다. 30여분 만에 총성이 멎었지만 이탈리아인 9명과 일본인 7명 등 민간인 20명이 희생된 뒤였다. 경찰 2명, 용의자 6명도 숨졌다. 13명의 인질은 구출됐다.

한때 희생자 중에 한국인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외교부는 2일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IS는 인질극이 한창일 때 자신들의 선전매체인 '아마크'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24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아마크는 인질극 현장의 시체와 피가 낭자한 벽면의 모습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9·11 테러의 배후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도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CNN 방송은 이번 테러가 IS의 지휘에 따른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 관리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테러가 IS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아마크가 보여준 현장 모습은 다카의 테러범들이 IS와 활발한 연락을 주고받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방글라데시처럼 극단주의가 흔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 거점과 유럽 등에 집중됐던 IS의 활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보당국이 최근 IS의 지시를 받고 힌두교 종교시설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11명을 구금한 것도 IS의 전술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WSJ는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다카 테러가 거점에서 연합군의 압력을 받고 있는 IS의 전술 변화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방글라데시 무장조직의 네트워크가 빠르게 국제화하게 된 건 이 나라가 IS의 새로운 텃밭이 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방글라데시는 1억6000만 인구 대부분이 IS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일 뿐 아니라 IS 전사가 되기 좋은 25세 이하 인구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IS를 자처하는 조직의 시아파 이슬람 사원 테러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정권을 잡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장기 집권 움직임도 격렬한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파장을 의식해 이번 테러의 용의자들이 모두 자국 출신으로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글라데시는 IS나 알카에다의 거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발표한 규탄 성명에서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테러"가 벌어졌다며 "(이같은 테러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별도로 낸 성명에서 "이번 범죄의 배후가 밝혀지고 응당한 심판을 받길 바란다"며 "유엔은 모든 유형의 잔인한 극단주의를 막기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방글라데시 정부에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