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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진응력과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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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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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3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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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丙申年) 한해가 버겁게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한반도 지각변동의 해다. 땅 속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올해 9월 경주 일대를 뒤흔든 규모 5.8의 지진. 1978년 계기 관측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강 지진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가옥, 차량 파손 등 재산피해도 상당했다. 이후에도 50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며 주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지진 안전지대’로 불리던 한반도에 느닷없이 강진이 덮친 이유는 뭘까. 땅 속 지각 변동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뜨거운 맨틀(액체처럼 움직임) 위에 둥둥 떠 있는 판(板)이다. 모두 유라시아판, 오스트레일리아판, 태평양판 등 10여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지각판은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인다. 그러다 지각판끼리 맞부딪히거나 맨틀의 움직임과 이격이 발생할 때 지층이 응력(應力·스트레스)을 받게 된다. 이 힘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 쌓일 경우 균열이 발생하며 결국 터지고 만다.

가령, 나무 막대기 양쪽 끝을 잡고 힘을 주다 말면, 막대기는 어느 정도 구부러지다가 탄성을 받아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지만 그 힘이 임계치를 넘어버리면 부러진다. 이 때 막대는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양손에 진동을 전달하는 데 지진의 발생 원리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한반도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축적돼왔던 응력이 경주 지진으로 분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층 밑에서 힘의 균형이 깨져 수년간 누적된 응력이 결국 역대급 지진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땅 위에서의 지각변동은 훨씬 더 강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소추가 그것이다. 4.19 혁명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장을 꽉 채운 촛불민심이 국회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을 이끌어냈다. 직접적인 발단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겠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 지속돼왔던 소통 부재와 일방적인 통치 방식에 대한 불만들이 쌓이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일시에 폭발했던 결과다.

정권 초반 국정원 댓글 사태부터 세월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배치,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 등 국정 현안마다 진솔한 소통 대신 편가르기식 진영 논리로 갈등과 반목을 부추겼다. 권력 사유화, 입시비리 등이 총체적으로 얽혀있는 이번 최순실 사태로 청년실업, 고용불안, 입시지옥 등 우리 사회에 누적돼왔던 밑바닥 불만까지 한꺼번에 거리 외침으로 쏟아졌다.
[광화문]지진응력과 촛불

3차례나 거듭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국민들이 받는 응력을 더 키우는 결과만 초래했다. 여기서 끝은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와 최순실 특검 정국 와중에도 당사자들의 거듭된 자기변명과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맞불 여론전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응력은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러다 지난달 광장에서 표출된 232만 촛불민심이 본진(최대 규모의 지진)이 아닌 전진(본지진 이전에 발생하는 지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전국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뽑았다. 물(백성)의 힘으로 배(군주)를 띄웠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땅속이든 물속이든, 우리 사회든 불통으로 축적된 응력은 언제든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게 병신년 한해 우리가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불통 대신 소통, 반목 대신 화합의 국가 리더십을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과연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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