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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하기보다 감상할 정도로 수작들 넘쳐”…문학 기본기 부족한 응모작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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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라 SF작가
  • 2018.11.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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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 정보라 SF작가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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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SF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예심에서는 한국어 구사, 즉 문법과 맞춤법, 어법, 적절하고 정확한 어휘 사용 여부를 우선적으로 봤다. 비속어가 곧 구어적 표현은 아니며 줄거리 전개와 분위기나 상황 묘사에 있어 비속어 없이도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문장력이다. 이와 함께 소설적인 구성, 즉 줄거리와 소재와 인물의 유기적 연결, 개연성 있는 전개와 결말, 독창적인 기법 여부를 심사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유려한 한국어의 구사능력과 퇴고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다. 문학상 공모든 혹은 다른 지면이든, 작품을 제출하기 전에 퇴고를 제대로 하는 것은 작가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퇴고할 때에는 편집 과정에서 문장이나 단어의 일부가 탈락하지 않았는지, 오타와 비문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름’은 부사가 아니라 의존명사이므로 ‘나름 유명하다’ ‘나름 잘 했다’ 등의 표현은 한국어의 문법에 어긋난다. ‘그 나름대로’ 혹은 ‘자기 나름대로’ 등 앞에 누구의 나름인지를 밝혀주어야 한다. 또한 목례(目禮)는 목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고 시선을 마주치며 눈짓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의 단어 의미와 용법을 명확히 숙지하고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과학문학도 문학이므로, 문학상을 수상하는 작품으로서 적절한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작품인지를 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전반적으로 과학소설을 쓸 때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을 키우고 음모와 반전에 대한 집착을 버렸으면 한다. 문학 작품이 아닌 ‘SF를 쓴다’ 또는 ‘SF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수상작 중 장편부문 대상 ‘기파’는 소재와 주제는 매우 고전적인 편이나 우주 크루즈선의 사고에 대하여 진상을 밝히는 구성과 전개가 매우 흥미롭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개성 있어 여러 본심 진출작 중 돋보였다.

중단편 부문에서는 우수한 작품들이 많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대상을 받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우수상 수상작인 ‘개와는 같이 살 수 없다’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단일성…’은 관점의 전복이 독창적이며 이러한 관점을 마치 현실인 양 끝까지 밀고 나가며 설명하는 문장력이 탁월했다. 보고서 형식을 띠었으므로 소설로서 줄거리가 조금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 또한 발전적이며 진취적이라 대상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개와는 같이 살 수 없다’는 SF 문학 중에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 멸망에 대한 내용) 작품이지만 중심 등장인물(과 등장 개)한 두 명에게 초점을 맞추어 집약적이고 압축적이라는 단편 장르의 장점을 매우 잘 살려 이야기를 끌고 나간 구성력과 완성도에 감탄하며 읽었다.

가작 중 ‘웬델른’은 웬델른의 묘사가 매우 사랑스러웠으며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세계를 확실하고 정교하게 상상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할 방향으로 침착하고 정확하게 끌고 나간 작가의 필력이 돋보였다.

‘소년 시절’을 읽으면서 나는 화자에게 매우 공감하여 “반에 외계인 학생이 있으시군요? 저도 있어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계인 학생이 끝까지 살아남아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두 개의 바나나에 대하여’는 매우 무서운 이야기였으며 발상의 독창성이 대단히 돋보였고 그에 비하여 열린 결말은 단편의 결말이라기보다 더 긴 이야기의 시작에 더 걸맞아 다 읽은 뒤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대상부터 가작까지 수상작들 모두 감히 평을 하기보다는 그냥 감상을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이었으며 이러한 작품들을 읽고 새로운 작가들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다. 덧붙여 안타깝게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으나 독특한 인상을 남긴 몇몇 작품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하늘에도 거미가 있다’는 기본 소재와 발상이 참신하고 언어구사가 정확하며 긴장감 있는 전개가 매우 훌륭했다. ‘종말을 맞이하는 그들의 자세’는 SF라고 하기에는 과학적 발상의 비중이 작았으나 종말이라는 소재를 적절하게 배경에 깔고 지속적으로 끌어나가면서 남녀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정교하고도 섬세하게 묘사한 우수한 작품이었다.

‘제보자들’은 줄거리나 발상이 독특하고 흡인력 있으나 주제의식이 사회 전체에 대해 넓게 나가지 못하는 소품이라 수상작에서 제외됐다. 위에 언급했듯 문학상의 수상작으로는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품들이 선정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날아가버리거나 녹거나 상하는 영혼들에 대하여’는 SF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사색에 더 가까웠으나 독창적인 관점과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와 작품 자체의 줄거리를 보완해 작가의 사색을 넘어선 독립된 이야기로 발전시켜 보시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매우 많아 본심 진출작을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으며 본심에서도 심사위원들 모두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수상작을 결정할 수 있었다. 수상하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훌륭한 과학문학 작품들을 계속 활발히 발표해 한국 과학문학의 지평을 넓혀주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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