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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구자라 전쟁광됐다?... 히틀러의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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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4.1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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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알려지지 않은 히틀러의 낯선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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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권이 넘는 아돌프 히틀러와 관련된 책들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실은 그가 성불구자여서 그를 전쟁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히틀러의 여성 편력에 대한 수많은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볼빨간 사춘기’ 시절을 거쳐 동반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순정파였다가 모델을 몰래 훔쳐보는 소심함에 사촌 누이와 모호한 관계를 형성하는 변태 성향까지 갖췄다.

공보관 한프슈탱클의 아내인 헬레네에게 청혼했다가 차인 과거까지 합치면 그의 여성 편력은 다세포적 진화에 가까울 정도였다.

1971년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주관과 판단을 제거하고 오로지 방대한 자료만을 이용해 히틀러의 ‘모든 것’을 채취했다. 히틀러의 비서와 부하 장군, 친구 등 주변 인물은 물론이고 청년 시절 하숙집 주인까지 생존해 있는 히틀러 관련 인물 200명 이상 인터뷰했고 미공개 일기와 서한 등 방대한 자료도 끌어왔다.

우리가 잘 몰랐던 히틀러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는 대목이 적지 않다. 선동과 광기, 통제로 알려진 전쟁 시기조차 독일 국민이 그를 지지했을 뿐 아니라, 점령지 국민과 유대인조차 그랬다. 그의 부하들은 뒤에선 암투와 견제를 하고 있었고, 반대파들은 종종 그의 비전에 빠져든 상태에서 반대하거나 반란을 일으켰다.

망한 국내 자영업자들은 대형 백화점을 저주했다. 수백만의 실업자는 직장을 가진 사람들과 기업주들을 증오했다. 수천 명의 대학생은 미래의 문이 닫힌 걸 알고 기득권 세력에 절망감을 쏟아냈다. 경제 붕괴로 인한 수많은 사상자에게 히틀러는 해답이었던 셈이다.

책 속의 실제 히틀러는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주변국 침략을 눈감아주며 몰락하자, ‘허벅지를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린 뒤 주위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에밀 하하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의 협상 실패 뒤에는 히틀러와 측근들이 서로 자신의 기여도를 앞다퉈 자랑하며 시시덕거렸다.

책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원인과 결과, 통계’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반대파든 찬성파든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이 이 학살에 영향을 끼치거나 묵인해왔는지 알려준다.

홀로코스트에 찬성한 쪽은 홀로코스트 자체보다 홀로코스트가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학살한다는 데 감명받고 찬성표를 던졌다.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충격을 받았고 후유증으로 평생을 시달려야 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가능한 한 인간답게 죽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방침은 자신이 세상에서 해충을 박멸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준수하고 있다는 확신과 잘 맞아떨어졌다. 히틀러가 유대인은 하느님의 살해자라는 교리를 믿었던 탓에, 유대인 말살은 하느님의 손을 빌려 복수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기에 잔혹하다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히틀러와 제3 제국은 히틀러의 사망과 함께 붕괴했다. 나치즘 역시 오늘날 정치계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하지만 붕괴와 몰락에도 ‘그’에 대한 경계심은 되레 감소하는 듯하다. 극단의 시대와 폭력의 세기, 선동과 광기로 표현되는 그의 모습은 지금도 어디선가 발현할지 모른다.

저자는 “누구보다 시대의 요청에 민감할 세상의 많은 정치인이 사상과 지향점은 달라도 부분적으로는 히틀러를 꿈꾼다”며 “그의 성공과 방식이 너무나 달콤한 향기를 풍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 전 히틀러가 보여준 태도를 보면 이 향기가 얼마나 잔혹하고 어이없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중재 역할을 한 부유한 스웨덴 기업가 비예르 달레루스는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을 막아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하자, 히틀러는 “전쟁이 터질 경우 난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다. 잠수함, 잠수함, 잠수함을 만들 것이다.” 마치 고장 난 축음기처럼 같은 소리만 되풀이했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한 연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 비행기, 비행기를 제작해 적들을 파괴할 것이다.” 달레루스는 “자신의 행동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이렇다니”라며 공포에 질렸다.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2권 세트)=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1572쪽/7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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