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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원격진료,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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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 2019.06.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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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마주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보다 선명해진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세상의 가치가 보다 뚜렷해지고, 방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자에게 주는 죽음의 마지막 미덕 아닐까.

지난 8일 경기 일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 속 J선배와 마주했다. 따로 또 같이, 17년여를 현장에서 함께 뛴 사이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배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그였다. 나이나 경력을 떠나 ‘인간’으로서 존경하던 선배였다. 불과 보름여 전 함께 술잔을 기울인 선배는 영정사진 속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다시는 그 남해바다 같은 정겨운 웃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옛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말과 시선들은 좀처럼 한데 모이지 못하고 엇나갔다. 누구도 그 자리를,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선배는 수년째 취미로 해온 주말운동을 즐기던 중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 급성심정지(심근경색)라고 했다. 특별한 전조도 없이 느닷없이 찾아온 까닭 모를 죽음이라 황망함과 슬픔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새벽녘 조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선배 이름을 검색했다. 마지막으로 선배가 쓴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기득권 눈치보기에 급급해 원격진료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실제 국내 원격진료 도입 논의는 2000년 시범사업을 통해 물꼬를 텄지만 동네 병원 붕괴, 의료 질 저하 등을 우려하는 의료계 반발에 부딪쳐 19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때 문득 선배가 늘 손목에 차고 다닌 시계가 떠올랐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였다. 원격진료가 가능했다면 어땠을까. 스마트워치가 매일 측정한 선배의 건강정보를 정기적으로 의사가 체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상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죽음이라는 극단적 현실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선배도 낡은 규제가 만든 피해자인가.

가정의 가정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에서도 스마트 의료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가 활발히 이뤄진다.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애플워치4 가 대표적이다. 애플워치4의 심전도 측정 기능으로 심방세동 증세를 미리 알고 목숨을 구했다는 사례들도 나온다.

사실 이 기술은 국내 스타트업 휴이노가 애플보다 3년 빠른 2015년 개발했지만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해묵은 의료법에 막혀 출시되지 못했다. 국민건강권을 강화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혁신기술을 개발하고도 규제로 인해 상용화하지 못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대다수 기업은 규제를 피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현실이다. 해묵은 의료법에 환자와 시장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선배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정부는 여전히 당사자인 국민보다 격렬하게 반대하는 다른 당사자들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19년째 허송세월 보낸 원격진료를 20년으로 미룰 것인가. 손 놓고 몸 사리고 있는 공무원이나 가만히 있으면서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대통령이 답답하기만 하다.”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걸고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문재인정부와 국회에 대한 한탄이자 질문이다. 언제까지 가보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선한 기술들을 사장시킬 셈인가. 이제 정부가, 국회가, 우리가 답해야 할 때다.
[광화문]원격진료,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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