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찌르는 수영장 소독약 냄새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수영장/자료사진=이동훈 기자

보통 수영장 물은 액상 살균소독약을 쓴다. 이 특유의 소독약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속 울렁거림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소독약 없이 물속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는 친환경, 무(無)약품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홍석원 센터장과 포스텍 환경공학부 조강우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자외선과 전원을 동시에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물을 살균하는 촉매·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화학약품은 소독과정에서 장기 손상과 암 발생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을 만든다.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자외선(UV) 이나 광촉매(빛을 받아 강력한 산화 소독제를 생성할 수 있는 촉매 물질)를 이용하면 약품 없이도 미생물을 제어하고 독성 오염물질을 분해할 수 있다. 화학약품 소독제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상대적으로 처리속도가 느리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한계점이 있다.

연구진은 전기를 흐르게 하는 방식을 통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 연구들은 ‘티타니아(TiO2)’ 물질을 촉매로 사용했는데 전기가 잘 흐르지 않아 이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티타늄의 산화수를 일부 조정하는 자가도핑 기술을 통해 전기전도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나노구조의 촉매를 제작했다. 자가도핑은 동일한 성분의 금속산화물에 대하여 금속의 산화수를 조절함으로써 변환된 금속이 일종의 불순물(도핑원소)로 작용하게 하는 재료합성 기술을 말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구조의 촉매로 자외선을 이용한 살균을 하는 동시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살균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통해 수 분 내에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99.99% 이상 완벽하게 제거한다. 이 시스템은 20시간 이상 연속 운전해도 높은 살균 성능을 유지했다.

홍 센터장은 “몇 년 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정수기, 가습기 등 가정에서 물을 사용하는 소형 가전제품에서 살균, 소독이 안전하게 되는지 관심이 커졌다”며 “이번에 개발한 무약품, 친환경 정화·소독 기술은 소형 가전제품뿐 아니라 수영장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