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팔로워 6.7만명, 웹툰 그리는 Mr.나이팅게일

오영준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 / 사진제공=가천대 길병원

한국화를 전공한 ‘미대 오빠’가 어릴 적 우상이었던 나이팅게일이 되고 싶어 뒤늦게 간호대를 지원했다. 그는 생명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진짜 간호사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7년째 가천대 길병원 내과중환자실에서 중증질환자들을 돌보는 오영준 간호사의 얘기다. 그는 병원 내에서 ‘웹툰 그리는 간호사’로 통한다.

처음부터 간호사가 꿈은 아니었다. 전업화가를 목표로 미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군에 입대하면서 목표가 바뀌었다. 전업화가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놓고 고민한 게 발단이다. 결국 찾아낸 ‘플랜B’가 간호사였다. 전문가면서도 보람마저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봤다. 그리고 제대 후 가천대 간호대에 편입했다.


간호사 일은 예상보다 훨씬 고단하고 혹독했다. 그는 “드라마에 간호사가 유난히 수다를 많이 떠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데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에 간호사로 출근한 첫날부터 환상은 깨졌다. 간호사는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사적 약속 한 번 잡기 어려울뿐더러 아파도 마음대로 쉬지 못했다.

간호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 ‘태움’으로 인식되는 간호사집단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다. 그림 실력이 있어 가능한 희망이었다. 2015년부터 간호사의 생생한 삶을 웹툰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웹툰의 주제는 ‘응급상황 발생으로 간호사가 뛰어들어 처치하는 과정’ ‘더이상 주삿바늘을 찌를 곳도 없는 중환자 정맥 찾기’ 같은 것이었다. 간호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영준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가 그린 웹툰. 생과 사가 오가는 중환자실의 분위기를 표현한 웹툰. / 사진제공=오영준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

오 간호사는 “저의 웹툰은 한 컷의 이미지를 통해 중환자 간호사의 노고와 일상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간호사들의 애환을 표현하고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비정기적으로 올리는 취미 형태의 웹툰이었지만 전국 간호사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사 이야기’는 팔로워만 6만7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웹툰을 전시하는 개인전도 열었다. 길병원은 지난 7월 오영준 간호사의 첫 웹툰전시회를 개최했다. 많은 간호사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간호사들이 응원하고 환자보호자들이 감사인사를 건네올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간호사 생활을 주제로 한 웹툰은 진행형이다. 오 간호사는 “간호사들에게 공감과 힐링이 될 수 있는 장면을 남기고 싶다”며 “드라마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간호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웹툰을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