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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했더니 둘째는…" 출산율 낮은 나라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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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19.09.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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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면 '82년생 김지영'을 위한 남성 육아분담이 절실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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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 2학년생 딸을 둔 지인을 만났을 때 혹시 둘째 아이 생각은 없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에 지인은 아내가 하나 키우는 것도 너무 힘들다며 둘째는 낳지 말자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필자도 입장이 비슷하다. 둘째를 낳고 싶은 마음이 한 동안 있었던 필자의 아내도 이제는 둘째 아이 출산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가 하나만 있는 가정에서 남성은 둘째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지만, 출산을 직접 겪어야 하고 육아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여성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명에 불과했다. 결혼연령도 늦춰지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거나 둘째를 안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0명대로 하락한 출산율은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1980년생 이후 태어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아기를 둘러 싼 남성과 여성의 협상
유럽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유럽은 2차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가 탄생할 때, 대다수 가정에 2~3명의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이 한 명만 낳는 가정이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유럽에서도 프랑스(2017년, 1.86명)처럼 출산율이 높은 국가가 있는 반면, 스페인(1.31명)처럼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있는 등 국가별 차이가 크다.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서 유럽의 출산율이 국가별 차이가 나는 이유를 좀 더 살펴 보자.

‘아기를 둘러싼 협상’(Bargaining over Babies)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매티아스 돕케(Matthias Doepke)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와 파비안 킨더만(Fabian Kindermann) 독일 레겐스부르그대 경제학 교수가 유럽 각 국의 출산율 데이터를 비교해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을 수 있을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돕케 교수와 킨더만 교수는 출산율이 전체 육아 비용의 크기 뿐만 아니라 육아 비용이 엄마와 아빠 간에 어떻게 분배되는지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아이 돌보기 등 육아의 대부분을 한 쪽이 책임져야 한다면 해당 당사자는 출산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설령 정부가 육아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

해당 논문의 저자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남성이 육아를 분담하는 비율이 낮고 결국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사실, 이른바 ‘독박육아’ 현상을 발견했다. 또한 독박육아 현상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여성이 재출산을 거부할 확률이 높았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남성이 더 많은 육아를 분담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다시 아기를 가지는데 반대하는 등 남성과 여성의 재출산에 대한 의견 불일치 비중이 높았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에 재출산에 대한 불일치 비중이 낮았다.

예컨대 러시아는 아이 한 명을 가진 100 쌍 중 남성은 재출산을 원하나 여성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30쌍에 달한 반면, 여성이 재출산을 원하나 남성이 원하지 않는 경우는 10쌍에 불과했다. 또한 남성이 재출산을 원하지 않을 때는 둘째를 낳는 경우가 간혹 있었으나, 여성이 재출산을 원하지 않을 때 둘째를 낳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높아지는 여성 고용률과 하락하는 출산율
돕케 교수와 킨더만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재출산은 여성의 발언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재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남성의 육아 분담 정도다.

특히 ‘독박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인해서 경력단절이 예상될 때, 여성은 방어수단으로 재출산을 거부할 확률이 높았다. 이런 추세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을수록 강해질 가능성이 큰데, 우리나라가 좋은 예다.

우리나라에서 15~39세 여성의 고용률은 1981년 39.2%에서 2018년 51.6%로 상승했다. 15~39세 여성 10명 중 5명의 여성이 취업자라는 의미다. 반면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2.57명에서 0.98명으로 급감하면서 고용률 상승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재밌는 건 성평등 수준이 높다고 여겨지는 유럽도 19개국의 여성 육아분담비율이 모두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출산율이 높은 벨기에, 프랑스, 노르웨이는 남성 육아참여비율이 비교적 높은 30~40%였으나, 출산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최저 22%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남성의 육아분담비율이 낮을수록 여성은 남성이 출산을 원하더라도 거부할 확률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독박육아’ 상태를 막기 위한 여성의 선제적인 방어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돕케 교수와 킨더만 교수의 제안은 뭘까. 우선 저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전체 육아비용을 낮추기 보다 여성의 육아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건 여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의 육아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이 남성에게 주는 보조금보다 3배 이상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아기를 지원하는 정책보다 둘째, 셋째 아기에 집중하는 정책이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는 남성의 육아분담률 제고에 있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의식 문제가 크다. 유럽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82년생 김지영’이 ‘독박육아’를 예상할 때 여성은 출산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육아분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제도 개선 뿐 아니라 의식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당장 필자부터 저녁에 퇴근하면 아이를 아내한테 맡기지 않고 아이와 2시간 이상 놀아준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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