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말고 영화도 씹으세요..'질문하는 영화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어벤져스’부터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이 열광했던 영화를 통해 영화 전문기자가 조금은 불편하고 진지한 영화 얘기를 풀어낸다.

라제기 한국일보 문화부장의 책 '질문하는 영화들'(북트리거 펴냄)은 ‘스타워즈’, ‘어벤져스’부터 ‘기생충’까지 최근 10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영화 25편에 관한 얘기지만 대중이 사랑받는 지점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8·15 해방 정국에서 친일파를 속시원하게 단죄한 '암살'을 통해 토착왜구(?)가 운운되고 일본 불매운동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을 메우는 오늘을 돌아보는 식이다.

칸 영화제 수상과 1000만 관객에 환호하는 동안 정작 '기생충'의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의 갈등이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은 무엇일까 질문하기도 한다.

사도세자역의 유아인과 영조역의 송강호의 연기대결로 주목받았던 영화 '사도'를 궁중 치정극이나 당쟁이 아닌 오늘날 부모 자식 관계에 빗대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 무의식과 대중의 욕망을 들여다보며 이야기의 맥락을 끝없이 확장시키는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젤소미나와 잠파노의 순애보와 여정을 담은 50년대 이탈리아 영화 '길'을 떠올리기도 했다.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조금은 거친 화면은 2차 대전 패전 이후 이탈리아의 참상을 알리기에 적당했고 감독들이 비전문 배우 기용과 편집을 자제하는 등의 기법으로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것.

작가는 달콤한 팝콘을 녹여씹고 콜라를 들이키며 기분 전환용으로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극장을 나선 후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영화일 수록 좋은 영화라고 본다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