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가면 쓴 홍콩야당…캐리람 장관, 연설 중단 '굴욕'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AFPBBNews=뉴스1

홍콩 야당 의원들의 야유와 반발에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정연설 중단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대신 녹화 테이프로 방영된 연설에서 홍콩이 경제침체에 돌입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홍콩 입법위원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했지만, 시작 직후 야당 의원들의 야유와 맹비난에 연설을 중단하고 퇴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5일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쓰고 시위대와 동일한 5가지 요구사항과 람 장관 사퇴 등을 외쳤다. 결국 람 장관은 20여분 만에 퇴장했다.

/AFPBBNews=뉴스1

람 장관은 대신 시정연설을 녹화해 TV로 내보냈다. 람 장관은 19주 연속으로 지속된 홍콩 시위에 "홍콩이 올 3분기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서비스 산업 위주로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오는 31일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람 장관은 "홍콩의 독립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도, 시위의 주 원인이 너무 높은 주택 가격 때문이라며 이날 시위대 달래기용 주택 공급 패키지를 공개했다.

람 장관은 첫 주택 구입자들에겐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을 밝히고, 정부가 700헥타르(700만제곱미터) 규모의 토지를 공급해 주택을 짓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택 첫 구매자는 특정 한도내에서 집값의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홍콩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가구당 소득을 다합쳐 평균 21년이나 걸린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정책 발표로 4분기 홍콩 주택가격이 약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시민들에게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도 밝혔다. 유치원부터 각급 학교에 취학하는 학생 90만명에겐 약 2500홍콩달러(약 37만85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대중교통 이용시 연간 이용액의 25%를 보조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위대를 달래기엔 부족할 전망이다. 이날 미국 하원이 매년 홍콩 인권상태를 파악해 홍콩에 대한 관세·무역 등의 특별혜택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자 시위대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여기에 오는 20일 추가로 시위를 열 것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