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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정용진의 파격인사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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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렬 산업2부장
  • 2019.10.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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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침 공기가 제법 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주요 임원들은 슬슬 기자들을 피한다. 이른바 '언론기피 시즌'이다. 아무리 친한 CEO라도 지면용 인터뷰를 요청하면 화들짝하며 손사래를 친다. 자주 만나던 임원들도 이전에 비해 말수를 확 줄이기 일쑤다.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분기여서 그럴까. 아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4분기 막판 스퍼트는 이미 늦다. 이 때쯤이면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의 그 해 실적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예측가능 범위에 들어있다.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할 때다.

그럼 왜일까. 바로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인사의 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말년 병장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할 시절이다. 마음속으로는 연임을 포기하고 짐을 싼 CEO는 혹여나 하는 기대감에, 실적이 아무리 좋은 임원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이런 하수상한 시절엔 그저 바짝 엎드려있는 게 상책이다. 인사권자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눈 밖에 날 수 있는 행동이나 변수는 만들지 말아야한다. 그래서 아무리 언론프렌들리한 CEO나 임원들도 이때부터는 기자들에겐 당분간 안면몰수 모드다.

이번 주 초 재계 서열 11위 신세계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올 연말 기업인사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6년간 이마트를 이끌었던 기존 CEO는 주말에 전격 퇴진했다. 10명의 주요 임원들도 함께 짐을 쌌다. 대신 외부 컨설팅업체 출신의 50대 초반 젊은 피가 새로운 선장으로 낙점됐다.

인사의 속도와 파격의 강도는 조직의 위기감에 비례한다. 이마트 인사는 시점으로는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랐고, 내용적으로는 초강수였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e커머스 중심의 유통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이마트만 해도 지난해 3군데, 올해 1군데 매장을 닫았다. 밥 먹듯 혁신을 부르짖으며 안간힘을 쓰지만, 사실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극약처방이 내려졌다. 기존 이마트적 시각을 벗어나지 않고는 위기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내부에 절박한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인사 이후 이마트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마트의 위기는 그 임직원 2만5000여명만의 몫만은 아니다. 약 3000여개 이마트의 협력업체도 이미 살얼음판 위에 서있다.

격변을 겪고 있는 유통산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올 연말 기업인사의 전망도는 매우 암울하다. 미중간 무역 갈등에 일본과의 경제전쟁까지 벌어졌다. 소비는 위축되고, 투자는 줄고 있다. 경제성장률 2% 달성도 어려운 지경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가대표급 기업들도 헉헉대고 있다. ‘역대 최대실적 달성,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라는 훈훈한 기사제목은 기대난망이다. 여기저기서 칼바람이 예고된다.

[송정렬의 Echo]정용진의 파격인사와 경고음
기업들의 이 같은 경고음에 정부와 정치권도 귀를 기울이고, 긴장감을 높여야한다. 대통령이 다급하게 산업현장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규제에 신음하고, 반기업 정책에 피멍이 들고 있다. 경제는 어찌되든 정쟁에 날을 새우는 정치권이 갑자기 경제 살리기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구축에 올인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잘안다. 다만 안 그래도 힘든 기업에 걸림돌은 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그 대가는 정치인들이 버릇처럼 입에 올리는 그 ‘국민들’이 오롯이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P.S.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모든 얼굴들이 올겨울 유난히 매서울 칼바람을 뚫고 무사귀환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다시 파이팅!’을 외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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