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식 침체 해법 '힌두민족주의'?…경제개혁 선행돼야

지난 5월 인도 총선 직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그의 당 인도국민당(BJP)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사진=AFP

인도 정부가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의 원인이 '사회통합' 부족에 있다며 힌두민족주의라는 해결책을 꺼내든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인도 인구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 중심의 통합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경제개혁 플랜이나 민족간 다양성 수용책이 없으면 인도의 불행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인도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돈을 부었는데도 경제성장률이 되레 뒷걸음질 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친 인구 팽창’을 짚었다. 지난 8월 15일 인도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모디 총리는 “인구 이슈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라면서 “인구 팽창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목표를 위해 일정 정도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이 있다. 인도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일자리 수는 이에 비례해 늘지 않고 있다. 인도 인구는 올해 13억 명에서 2030년 15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인구 절반이 25세 이하에 달마다 생산가능 인구만 100만 명씩 는다. 그런데 인도 국립 표본조사국(NSSO)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인도 시골 지역 실업률은 5.3%, 도시 실업률은 7.8%로 전체 평균 6.1%다. 45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이다. 2011년까지 2~3% 머물렀던 실업률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급증했다.

인도 경제성장률도 올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인도가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6.1%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8%대였던 데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그러나 계속 증가하는 인구에 더불어 현 경제 수준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5%는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라줄 반다리 뭄바이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도 인구 규모에서 6%대 미만 경제성장률은 불황과 다름없다”고 했다.

인도 뉴델리 시장 골목 좌판에 한 이슬람교도가 앉아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AFP

문제는 모디 정부가 경제 침체를 해결할 열쇠로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인구 억제에 더불어 ‘사회통합’을 통해 연방 정부 목소리가 더 잘 하달·이행되도록 하겠다는 논리다. 모디 정부와 인도국민당(BJP)이 말하는 사회통합은 인도 인구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57.1%를 차지하는 힌디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도 사회를 재편·통합하는 것이다. 인도는 다양한 종교와 관습, 20여개에 달하는 언어 등으로 지역마다 문화가 현저히 다르다. 인도 정부·여당은 이 다양성이 인프라 확산과 이를 통한 산업·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런 이유에서 최근 시민권 등록을 강제하는 등 연방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마다 특색과 문화를 지켜왔던 자치 시스템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는 이슬람과 불교, 시크교 등 인도 내 소수 종교와 부족을 억압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여당 BJP는 한발 더 나아가 카스트 계급 대신 경제계층을 기준으로 일자리와 교육 쿼터를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역시 소수 종교와 부족이 인도 내 부족한 일자리를 나눠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적 차별이 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인도 동북부 아삼주에 살던 이슬람계 주민 400만명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최근 총선 이후 전국 불법 이민자를 철저하게 찾아내 국제법에 따라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실업률이 높아진 건 제조업·서비스업 전반이 침체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달 인도 서비스업 PMI는 전월 52.4에서 48.7로 하락해 1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가진 인력과 자원, 기술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민족주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개혁 플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인도인들이 모디 총리의 힌두민족주의 부각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정부는 자국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으면 인도는 불행한 나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BJP는 21일(현지시간)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가 속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와 북부 하리아나주 등 핵심 주의회 선거에서 의석 수를 잃으며 고전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던 기세를 이어가리란 전망이 있었으나 예상을 뒤집었다. 인도 경제지 민트는 "계속되는 경제 침체와 농촌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BJP에 경종을 울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