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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고시원 화재 1년 ②] 멈춰선 수사…檢 8개월 가까이 '검토만'

  • 뉴스1 제공
  • 2019.11.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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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도 배상 못 받은 유족들…"검찰 기소만 기다린다" "빨리 처리해주세요" 애원했지만…檢 "다른 사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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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18.11.9/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유경선 기자,박승희 기자 =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큰 사고였다. 국민적인 관심이 모였고, 수많은 고위층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해 피해지원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몇 개월 지나니까 금방 잊히더라고요." 화재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단순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만 지워진 것이 아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언론의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수사기관에서도 고시원 화재 건은 뒷순위로 밀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지난 3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8개월 가까이 기소 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국일고시원 화재 발생 직후 경찰은 3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화재 원인과 해당 고시원 건물의 소방건축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왔다.

경찰은 약 4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고시원장 구모씨(69·여)를 소방안전시설 유지·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 고시원 소방시설을 점검한 소방관 2명을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방 결과가 나올 것처럼 보였던 수사는 그 이후 멈춰 섰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곧 구체적인 진행을 해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 권성근 변호사(법무법인 승운)는 "피의자가 많은 사건도 아니고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이렇게 8개월 가까이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이후 한 푼도 배상 못 받은 유족들…"검찰 기소만 기다린다"

검찰의 기소여부가 유족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피해배상과 관련이 있다. 사고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고시원 화재 사고로 인해 숨진 유족 7명은 아직 단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한 상태다.

사고 이후 부상자들은 고시원장 구씨가 들어놓은 보험회사 측과 협상을 통해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금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서 얻을 실익이 많이 없는 이유에서다.

유족들의 경우 사고 직후에는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사고 발생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소장 제출도 하지 못했다. 민사소송을 진행하려면 사고 책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한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검찰 기소 전에 수사기관의 자료에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저희는 올해 봄이나 늦어도 여름까지는 검찰 측에서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며 "기소가 이뤄지거나 이후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그 자료를 통해 민사 소송에서 다퉈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기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지친 유족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검찰 기소와 재판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보험금 낮더라도 보험사와 합의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이에 권 변호사는 지난달 보험사 측에 연락해 합의를 원하는 유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엔 보험사가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 변호사는 "일부 합의를 원하는 유족들의 의견을 보험사 측에 전달했지만 보험사 측에서는 민사소송 확정판결 전까지는 보험처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액이 낮아 협상에 응했지만, 유족들은 아무래도 책임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무조건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집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 앞에서 고시원 참사 규탄 및 대안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14/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안전사회시민연대, 집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 앞에서 고시원 참사 규탄 및 대안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14/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빨리 처리해주세요" 애원했지만…檢 "다른 사건 먼저"

왜 늦어지느냐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인사이동 때문에' '다른 큰 사건들이 많아서' 였다.

이 화재로 큰형을 잃은 조모씨(30)는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기소 자체도 안 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담당 검사의 판단으로만 가능한 건지 어디서 푸시가 꼭 있어야지만 기소가 이뤄지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수사와 관련된 사항을 일일이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입건된 피의자가 3명인 데다 복잡한 특성의 사건이 아닌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변호사는 "경찰의 합동수사 등을 통해서 드러난 증거가 있긴 하지만 검찰이 추가로 법리적인 판단도 필요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런 사유로 인해 지체되고 있는 것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한 다른 유족 A씨는 "(유족들이) 대부분 지친 상태"라면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서 기소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담당 검사 사무실에도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처음에 장기미제 사건 때문에 처리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이후에는 연결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부러 늦추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형사3부가 버닝썬 관련 사건을 맡는 등 (다른 큰 사건)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미뤄져 있던) 사건들도 다 점검해서 진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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