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만든다는 '고령자 전용 운전면허' 뭐가 다를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서울=뉴시스】교통사고를 내 12명의 사상자를 낸 87세 고령 운전자가 지난 5월 18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도쿄(東京)에 위치한 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4월19일 도쿄 도심 이케부쿠로(池袋)에서 30대 여성과 3살짜리 딸을 치어 숨지게했다. (사진출처: NHK 영상 캡쳐) 2019.05.22.

고령운전자의 인지능력 저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일본에서 고령자 전용면허 발급이 추진된다. '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자는 안전운전지원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인데, 이르면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안전운전지원이란 앞차에 너무 가까이 가거나, 차선을 벗어났을 때, 제한속도를 넘었을 때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차가 운전자에 경고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 경찰청은 이와 더불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운전능력검사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인지능력이 정상힌 운전자라도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페달을 실수 없이 밟는지 등을 검사해 사고 낼 위험이 있으면 고령자 면허 대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일본의 70세 이상 운전자는 1130만명으로 10년 전보다 1.7배 늘었다"면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운전자 관련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건수는 지난해 460건으로 7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8.2건에 달했다. 75세 미만 인구당 사망사고(3.4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특히 지난 4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7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3세 아이와 3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오사카와 후쿠오카, 나고야 등 전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이어졌다.

일본은 이미 200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시 기억력과 판단력을 조사하는 인지기능검사를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이 검사에서 치매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치매가 확인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운전자도 늘었다. 지난 4월 이케부쿠로 사고 이후 지난달 19일까지 도쿄도에서만 3만6986명의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9618명보다 80% 정도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