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게 매력? 밀레니얼 세대가 펭수에 반한 이유

펭수. / 사진 = 자이언트펭TV

"펭-하"

구독자 151만 명·연일 굿즈 완판·광고 섭외 1순위…올해 EBS(교육방송)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펭수는 남극에서 건너온 EBS의 연습생 캐릭터다. EBS의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활동을 시작한 펭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TV'를 통해 매일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영상을 시작할 때 펭수가 던지는 인사말 "펭-하(펭수 하이)"는 이미 2030 세대의 '국민 인사말'이 됐다.


외신들도 '펭수 열풍'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BBC는 "한국인들이 귀엽지도 않고 무례한 펭귄과 사랑에 빠졌다"는 보도를 내놨으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펭수는 2020년 한국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밀레니얼(Millennials·1980~2000년대생을 가리키는 신조어)'들은 어떻게 2.1m 펭귄과 사랑에 빠졌을까.

매진·매진·매진…연일 '완판'되는 '스타 펭귄"

펭수 관련 상품들. / 사진 = 네이버 쇼핑 갈무리

펭수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펭수 굿즈(Goods·관련 상품)'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23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펭수 달력'이 등장했다. 펭수 제작진이 공식 판매하는 '펭수 달력'은 오후 4시부터 G마켓(온라인)과 교보문고(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됐는데, 이날 4만 명 넘는 사람들이 구매를 위해 대기하는 등 펭수 팬들이 몰렸다.


최근 발간된 펭수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20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20일 이랜드 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가 출시한 펭수와의 협업 상품은 발매 3시간 만에 품절됐고, 펭수가 그려진 수면 바지의 경우 판매 시작 10분 만에 '완판'됐다.

펭수는 이미 광고 모델에서도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충무로를 찾은 펭수는 '천문 : 하늘에 묻는다'와 '백두산'의 홍보를 함께했으며,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도 협업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동원참치·KGC 인삼공사·LG생활건강 등이 펭수와 광고 촬영을 마쳤으며,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펭수를 '2019 올해의 인물 1위' 로 선정하기도 했다.

인기 원인은 '무례함'?…"속 시원해서 좋아"

펭수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 사진 = 유튜브 '자이언트 펭' TV 갈무리

펭수의 최대 매력은 거침없는 입담이다. '자이언트 펭TV'의 애청자인 취업준비생 윤 모씨(29)는 "세상에 누가 외교부 장관에게 '대빵'이라고 하고, 회사 사장의 이름을 부르겠는가"라면서 "언제나 '을'인 취준생 입장에서는 펭수처럼 당당한 '갑'의 모습을 보이는 게 소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펭수 다이어리'를 구매한 정 모씨(25)는 "선배들의 권위에 수긍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아진 것 같다"면서 "펭수는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밝혔다.

실제로 펭수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김명중(EBS 사장)'이다. 펭수는 '누구 돈으로 이벤트를 하느냐'는 질문에 존칭없이 "김명중"이라고 답하며, "비싼 밥 먹고 싶을 때는 김명중"을 외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도 "여기 대빵(가장 높은 사람의 비속어)어디 있느냐"고 묻는 펭수는 2030 막내세대의 '워너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B급 캐릭터' 펭수의 인기 비결은 저렴함과 기존의 수직적 질서를 타파하는 데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 문화평론가는 "귀여운 캐릭터가 사장을 거침없이 부르고, 권위를 깨는 듯한 모습의 '반전 매력'을 갖고 있다"면서 "인형 탈을 쓰고 있을 뿐인 저렴한 감성도 젊은 직장인들에게 어필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괭수'· 인사처 '펑수'…'펭수 짝퉁'엔 여론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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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를 패러디한 고양시의 괭수(왼쪽)와 인사혁신처의 펑수(오른쪽). / 사진 = 고양시, 인사혁신처 유튜브 갈무리

펭수의 인기가 치솟다 보니 '짝퉁 펭수'도 등장했다. 지난 4일 인사혁신처는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도와주세요 선배님'이라는 영상을 올리고 새 캐릭터 '펑수'를 소개했다. 인사처는 "펭수의 성공기에 자극받은 펭귄이 인사처 수습 직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고양이 캐릭터로 유명한 고양시청도 '괭수(고양이+펭수)' 캐릭터를 내놨다. 펭수와 동일한 210cm 괭수는 인사도 '괭하(펭하)'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누리꾼은 "인기를 끄는 캐릭터에 편승해 저렴하게 홍보하려는 전략"이라면서 "무엇보다 저작권에 민감해야 할 정부기관에서 멋대로 행동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만 카스테라·마라탕 등 하나가 인기를 끌면 우후죽순 베끼는 경향이 있다"며 "괭수나 펑수가 패러디를 자처하더라도 '숟가락 얹기'를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EBS는 17가지 펭수 관련 항목에 상표를 출원하고 "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는다"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