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전자담배 숨통 끊을 '규제 폭탄'이 온다

쥴랩스코리아가 지난해 7월 15일 오후 지난 14일 오픈한 서울 강남구 쥴 스토어 세로수길지점에 소비자들에게 쥴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가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숨통을 끊어놓을 칼날을 벼리고 있다. 보다 많은 세금을 물리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동시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해성분을 찾아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중증 폐질환 환자 발생 등 소비자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액상 전자담배 세금폭탄 예고

쥴.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한국지방세연구원에 발주한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조정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아 검토했다. 기재부 등은 보고서 일부 사항을 보완해 올해 상반기에 최종보고서를 내도록 요청했다.

이 용역은 액상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다른 담배에 비해 적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현재 궐련 20개비에는 총 2914.4원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용액 1㎖당 1799원의 세금이 붙는다. 이는 액상 1㎖를 궐련 12.5개비 수준으로 환산해 계산한 것이다. 시판중인 액상 전자담배의 1포드 용량이 대부분 0.7㎖이기 때문에 1㎖의 70% 수준인 1261원이 붙는다.

통상 담배업계에서는 판매량을 집계할 때 1포드를 1갑으로 본다. 이 경우 액상 전자담배 1포드(1갑)당 세금은 궐련의 43%에 불과하다. 아이코스 히츠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궐련의 89% 수준인 2595.4원이 붙는다. 기재부가 받은 보고서 초안에는 액상 전자담배의 세율을 궐련형 전자담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액상형 잡는 김에 '유사담배'까지 세금 확대

킴리코리아 버블몬은 잎 추출 니코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배소비세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사진=킴리코리아

결국 정부의 연구용역 발주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노린 증세 근거 쌓기로 해석된다. 정부의 보고서 보완 요구는 사실상 증세 시기를 늦춘 셈이다. 대신 정부는 보다 폭넓은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 담배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을 사용한 '유사 담배'가 대상이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경우에만 담배에 해당한다. 담배의 뿌리나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법망을 피해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는다. 이 점을 이용해 연초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뿌리·줄기에서 나온 성분이라고 속여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일부 업체가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기재부는 기존 탈세액 추징과 별개로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까지 담배로 포함시켜 세금을 매겨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 보완 지시는 뿌리·줄기 추출물을 사용한 담배의 과세기준을 만드는 내용과 함께 기존 액상 전자담배에 과세할 때 흡연량 외의 다른 기준을 검토해보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해성 검증 추가작업도 지속…속 끓는 업계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이비스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식약처 액상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에 대한 업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증세만큼이나 액상 전자담배를 위축시키는 것은 끝 없는 유해성 논란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액상담배를 피우던 사용자가 중중 폐질환을 얻은 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에 제품사용 중지권고를 내렸다. 인기몰이를 하던 액상담배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7월 430만 포드가 팔린 액상 담배는 9월 280만 포드로 반토막이 났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통 액상담배에서 유해성분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KT&G 등 제조사들은 "해당 성분을 원료로 쓴 적이 없고 자체 검사결과에서도 나온 바 없다"고 반박했으나 소용 없었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 중 액상담배의 폐손상 유발에 대한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올라가면 소비자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업체들의 이익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증폭시키는 유해성 논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아예 끊게 만들어 결국 이를 판매하는 중소 영세상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