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처럼.." SAFE투자 허용하고·벤처인증은 민간이양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벤처업계 숙원으로 꼽혀온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11일 공포됐다. 정부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등을 규정한 벤처투자법과 민간이 벤처기업을 인증하는 벤처기업법으로 '제2 벤처붐'을 확신시킨다는 계획이다.

SAFE 투자·액셀러레이터 펀드조성 허용…투자제도 체계화
벤처투자법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으로 나뉜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제도를 통합해 체계화한 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이후 발의한 1호 제정법안으로 벤처캐피탈·엔젤투자자에 대한 정의·규정을 담고 새로운 투자제도 등을 도입했다.

특히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을 처음으로 규정했다. SAFE는 투자자가 투자금에 대한 지분율 산정을 미루고 후속투자를 유치할 때 지분을 결정하는 계약이다. 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많은 지분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투자자는 후속투자 시 유리하게 지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치 측정이 어려운 초기창업기업 투자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의 투자펀드 조성도 허용했다. 전문인력, 자본금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면 벤처투자조합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한 것. 중기부는 액셀러레이터가 투자펀드를 조성할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해 창업 초기기업에 자금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밖에 창업자·벤처기업에 대한 40% 이상 투자의무비율 기준을 개별펀드에서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총자산으로 변경하고 중기부 고시로 운영되던 '전문엔젤투자자 확인제도'를 '전문개인투자자제도'로 법제화했다. 기관투자자 등의 펀드 업무집행조합원에 대한 손실보전 요구금지 등도 신설했다. 벤처투자법은 하위법령 제정 후 앞으로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벤처확인, 민간위원회가…"다양한 벤처 활성화"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정부가 주도해오던 벤처기업확인제도를 민간 위원회에 이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벤처기업 인증은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이 기업의 기술성·사업성을 평가하고 보증·대출 실적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이를 폐지하고 민간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를 결성해 벤처기업의 혁신성·성장성 등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심의·확인하게 된다.


과학기술분야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 공공기관 직원도 '벤처창업'을 위한 휴직을 가능하게 했다. 공공분야 인재들이 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에서다. 벤처확인제도 관련 규정은 평가체계를 갖추고 1년 뒤 시행되며 벤처창업 휴직제도는 3개월 뒤 시행된다.
중기부 "벤처생태계,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도약"
정부는 두 법안으로 민간의 벤처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고 혁신성·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양대 법안이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를 실리콘밸리처럼 민간 중심의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는 제도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민간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마련할 것"이라며 "법안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