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만시지탄…보따리상 막을 때 컨테이너로 빠져나갔다

보따리상에 의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의 대량 반출 차단을 위한 수출절차가 강화된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외국인들이 마스크 수출신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마스크 301~1000개 이하는 간이수출신고, 200만원 초과이거나 1,000개를 넘으면 정식수출신고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국내 마스크 1일 생산량이 1295만장까지 늘었다고 자평했지만 여전히 국내 수급은 어렵다. 그동안 생산된 마스크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따리상의 1일 반출량을 1000개 이하로 제한했지만, 컨테이너 박스에 실린 정식 수출 물품들은 보란듯이 항만을 통과했다.

정부가 뒤늦게 1일 생산량 중 수출 허용 물량을 10%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마스크 대란은 벌어진 뒤다.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정부의 뒷북 대응이 마스크 대란을 자초했다는 평이 나온다.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25일 한 시민이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마스크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마스크 가격 떨어졌다는데…살 곳이 없네정부는 지난 21일 '마스크 등 시장교란행위 방지 추진상황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고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 긴급수급안정조치에 힘입어 마스크 판매처가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졌다고 자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KF94 마스크 가격은 이달 10일 온라인상에서 개당 3616원에서 19일 3411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는 통상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판매되던 500~1000원의 가격과는 괴리가 있다. 이마저도 3000원대에 구입할 곳이 거의 없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오프라인 가격은 2월 10일 2609원에서 19일 2638원으로 소폭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구매 가능 매장이 이달 10일 마트 중 65.2%, 약국 중 57.4%에 불과했으나 19일 기준 마트 85.2%, 약국 82.6%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 역시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구매처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게 적지 않은 이들의 소감이다.

보따리상에 의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의 대량 반출 차단을 위한 수출절차가 강화된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세관 관계자들이 출국자들의 여행가방에 담긴 마스크의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1~2월 중국으로 대거 빠져나간 한국산 마스크이 같은 마스크 품귀현상은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관세청 등은 지난 6일부터 1000개를 넘는 마스크를 반출할 경우 정식으로 수출신고하도록 규제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정식 수출신고를 하고 컨테이너박스에 실려 한번에 수백만~수천만장의 마스크가 대륙으로 넘어갔다.

이는 관세청 수출입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마스크 수출입만을 상세하기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마스크가 포함된 통관코드(HS 6307 90 9000)의 수출입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이 코드에는 의료용 마스크·보건용 마스크를 포함한 27종의 부직포 제품이 포함됐다.

이 코드에 해당하는 제품의 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1~12월 6859만9000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 1월에만 6135만3000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량 가까이가 중국으로 나갔다. 심지어 이달 1~20일 중국 수출량은 1억3548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량의 2배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당 통관코드에는 세부분류까지 합치면 수천개의 품목이 포함돼 그 중 마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수출량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수출량 급증에는 중국을 향한 마스크 유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제 와서야 "생산량 90%는 국내 유통" 뒷북부랴부랴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수출을 국내 생산량의 10%로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26일부터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이 제한된다"며 "마스크 생산업자는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로 신속하게 출하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의료기관에서도 수술용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호소해 정부는 긴급수급조정조치 대상에 수술용 마스크를 포함시키로 했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지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이 같은 대책이 나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마스크가 이렇게 주목 받는 물품일줄 아무도 예상 못했다"며 "국민들의 마스크 수급에 대한 우려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해외 불법 반출을 막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