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거대야당 중심으로 합쳐라"…'옥중편지'에 요동치는 정치판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4일 밝혔다. 사실상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뭉쳐 4·15 총선을 치러 달라는 메시지다.통합당은 “의로운 결정”이라고 환영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정치적 선동” “정치 공작” 이라며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email protected]

◇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라”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거대야당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며 유영하 변호사가 밝혔다.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일하게 접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 변호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박 전 대통령의 편지를 대독했다.


유 변호사는 “저 메시지는 오늘 접견을 가서 대통령께서 자필로 쓴 걸 교도소에서 정식 절차 밟아 우편으로 받았다”며 “대통령께서 많은 고심 하셨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로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자유공화당, 친박신당 등 보수진영에서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는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2020.01.18. [email protected]

◇朴의 메시지는 보수 통합


박 전 대통령은 옥중편지에서 ‘미래통합당’이 아닌 ‘거대야당’이라고 썼다. 통합당의 행보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보수진영’의 총선승리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강경보수성향의 정당들이 잇따라 창당하는 상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21대 총선에서 ‘친박신당’ ‘자유공화당’ 등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독자적 창당이 많아질수록 ‘보수진영’ 전체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편지에 ‘미래통합당’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거대야당’이라는 표현을 쓰며 “힘을 합쳐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편지에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사분오열된 것에 대한 섭섭함도 드러냈다. 새누리당이 탄핵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한애국당으로 분화되고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이합집산’이라고 표현하고 “실망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같은 감정이 드러난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넘긴 뒤 태극기 세력에게 단일 대오 형성을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더 분화되는 현실을 고려한 메시지인 셈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문수,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늘 메시지에 대해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3.4/뉴스1

◇與 “정치 선동”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자중하고 탄핵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고 했다.

민생당은 “고도로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발언”이라며 “황교안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는 박근혜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종국적으로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쪽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반면 통합당은 “감옥에서 의로운 결정을 해주셨다”고 밝혔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이 무능 정권의 폭정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며 “통합당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하여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이 거대한 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맞서나갈 수 있다하는 애국적인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애증관계인 김무성 통합당 의원은 “어느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한 분이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분”이라며 “크게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