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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북촌 송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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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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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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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가려면 삼청동천을 건너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가야했다. 이 고개가 송현(松峴)이다. 송현은 서울의 주산인 백악산의 동쪽에 있는, 오늘날 흔히 말바위라고 하는 휴암(鵂巖)에서 남으로 갈라져 내려온 산줄기 끝 부분에 있는 고개다. 동으로는 안국동천, 서로는 삼청동천이 이 산줄기의 경계를 이룬다.

이 산줄기는 경복궁의 동쪽, 곧 왼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산줄기의 등성이엔 건물을 짓지 못하게 숲을 조성해 나라에서 관리했다. 그러다 조선 순조 말엽인 1830년대에 복온(福溫)공주가 창녕위 김병주에게 하가(下嫁)하면서 송현 북쪽에 있는 땅이 하사됐다.

1906년 윤택영의 딸이 황태자비로 간택되는 과정에서 이 땅은 그 해평 윤씨가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택영이 악질 친일파가 됐다 몰락한 이후 1920년대 초반 이 땅엔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다. 해방 뒤엔 미군이 차지해 미 대사관 직원숙소가 들어섰다. 1997년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다시 2008년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대한항공은 이 땅에 고급 호텔을 지으려 시도했으나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었고,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종로구에서 이 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공공의 용도, 공원으로 꾸미자는 뜻을 모으는 작업을 한 바 있다. 결국 최근 한진그룹에서 이 땅을 매각하려는 뜻을 보였고, 서울시에서 이 땅을 구입해 공적으로 활용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땅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다소 성급한 감이 있으나 지금부터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좋겠다는 뜻에서 한 마디 보탠다.

우선 역사성을 살리길 바란다. 모든 공간에는 거기서 살던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있고 그 땅의 용도와 기능, 문화가 스며 있다. 이것이 역사성이다. 세월이 가면서 그 땅의 모습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가능하다면 그 역사성은 살릴수록 좋지 않을까.

이 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공공성이라고 본다. 식민지와 해방 이후의 굴절을 겪고 사기업 소유로 넘어간 것은 이 땅의 본성에 역행하는 흐름이었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 집단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창덕궁 그리고 북촌 일대를 잇는 중심 고리로 삼아야 한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과도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울시에서 이 땅의 공공성을 되살리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공원'이라는 말을 쓰면, 기존의 공원 그림이 전제가 될 우려가 있다. 공원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걸맞는 독창적이고 서울 북촌을 잘 드러내는 그런 공원을 꾸미기를 바란다. 도시 안에 자연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꾸미는 공간은 모두 인공이다. 다만 인공으로 하더라도 자연을 최대한 순응하는 공간으로 꾸몄으면 좋겠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껏 많이 심는 것이 좋겠다. 소나무를 심을지 다른 나무를 심을지는 전문가의 지혜를 빌려야 할 일이다. 이름이 송현이라고 소나무를 심는 것은 너무 소박한 발상이다. 다른 인공 건조물도 어떻게 배치할지 앞으로 널리 지혜를 모으면서 갖추어 나가야 한다.

먼저 큰 방향을 잡아놓고 그 다음 구체적 방안은 차근차근 논의를 진척시켜 가면서 결론에 이르면 좋겠다. 처음엔 시간이 걸리고 진행 과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민주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나중에 보면 훨씬 효율이 높다. 서울하고도 북촌의 들머리 송현이 어떤 그림으로 다시 살아나 서울을 서울답게 하는 데 기여할까. 그림을 상상하기만 해도 설렌다.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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