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일본 야동' 여배우들, 'n번방' 피해자처럼 착취 당한다

머니투데이
  • 임지우 인턴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178,832
  • 2020.03.29 07:1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대부분 남자들도 'n번방'같은 건 '극혐(극도로 혐오)'하죠. 그런데 그냥 '야동'도 본 적 없는 남자가 있을까요?"(20대 대학생 김 모씨)

텔레그램 상에서 미성년자 등의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소위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차라리 포르노를 합법적으로 제작·유포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 n번방 같은 불법 성 착취물 수요를 합법 포르노 영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상업 포르노 시장이 활성화된 대표 국가인 일본을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논리'라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 포르노 시장에선 여성이 제작진에게 사기 협박을 당해 포르노에 출연하고, 그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는 등 'n번방'과 다름없는 형태의 피해 사례가 허다했다.


"'모델 알바' 꼬신 뒤 계약 위약금으로 협박…AV 촬영 강요"


AV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팝스(PAPS·포르노 피해와 성폭력을 생각하는 모임)는 지난 2017년 중앙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 다음과 같은 AV 여성 출연자의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온라인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일본인 여성 A씨는 처음엔 사진 촬영 모델로 일을 시작했지만, 점차 촬영 중 노출을 요구받았다. 또 '사진이 너무 좋아서 더 많은 돈을 주는 모델 일을 소개해 주겠다'는 식으로 AV 제작자를 소개받게 됐다. A씨는 뒤늦게 영상 촬영은 싫다고 거절했지만 "지금까지 면접과 미용실 비용 등을 지원했는데 이제 와 거절해선 안 된다, 그 비용을 모두 물어내고 싶냐"는 식의 강압에 못 이겨 AV를 촬영하게 됐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팝스 측은 "단순 모델 알바로 속거나 고액 위약금을 미끼로 촬영을 강요당하는 것은 매우 흔한 사례"라며 "이런 경우 계약서 조항이 매우 불공정한 경우가 많지만,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한 어린 여성들이 서명한 뒤 뒤늦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불공정 계약을 통한 AV 출연 강요는 일본에서도 불법이다. 2015년 한 고교생에게 수영복 모델 일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친권자 동의 없이 계약을 맺고, 성인이 되자 계약서상 위약금을 빌미로 AV 촬영을 강요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은 "AV 출연은 출연자 의사에 반해 이뤄질 수 없고, 이를 위약금 등 구실로 참여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팝스 측은 "그럼에도 AV 제작사들은 가출·비행 청소년이나 왕따 피해자 등 자기 의사 표현이 힘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속임수와 구슬림, 강압을 통해 AV 촬영을 강제하고 있다"며 "AV 배우들이 자기들이 원해 출연한다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이것은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밝혔다.


촬영 현장 폭력·추행 '빈번'…AV 제작진 '실형 18년' 사례도


일본 AV는 촬영 과정에서도 여성 출연자 학대와 폭력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지난 2007년 일본의 유명 AV 제작사 '버키 비주얼' 관계자들이 여성에게 합의되지 않은 성행위 촬영을 강요하고 가학적 행위를 가한 혐의로 최고 징역 18년의 실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촬영 중 수차례 얼굴에 물을 부어 질식을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으며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팝스 측은 "촬영 현장에서 계약 당시 동의하지 않은 행위를 강요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라면서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더라도 피임약이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성행위를 진행하고, 여성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격렬한 행위로 출연자가 성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하곤 한다"고 밝혔다.

AV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PAPS와 라이트하우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AV 제작 과정에서의 성폭력 관련 상담건수는 총 376건에 이른다.


"여성 신체 소비하는 포르노, 해결책 안돼…사회 전반의 성문화 바로잡아야"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이 문제에 대해 윤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 'n번방'의 불법 성착취 영상물과 일반적인 포르노는 그 내용 면에선 같은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며 "포르노도 여성의 고통이나 굴욕을 남성의 쾌락의 원천으로 보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극화해 전시하고 이를 소비하는 것을 남성의 당연한 성 본능의 해결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르노의 가학적인 영상들을 계속해서 보고, 그것이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이들이 더 수위가 높은 것을 찾다가 그것이 n번방의 성착취 영상으로까지 가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포르노 합법화를 문제의 해결책으로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결국 이번 n번방 사태는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룸쌀롱'이나 '안마방' 등을 통해 끊임없이 남성이 여성을 성적인 착취 대상이나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성 문화의 연장선"이라면서 "이런 문화를 본질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