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세상읽기]라떼파파, 아이와 함께 자란다

/사진=통계청

최근 출시되는 유모차는 예전보다 높이가 10cm 이상 높아지고, 아이를 안는 캐리어도 화사한 색감의 꽃무늬에서 심플한 무채색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아빠들의 육아참여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생겨난 변화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회사를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 이른바 ‘라떼파파’가 지난해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라떼파파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인원이 최근 10년간 2009년 502명에서 2019년 2만2297명으로 4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민간부문만 반영된 결과로, 통계청은 더욱 정확한 통계를 위해 올해 안으로 공공부문까지 포함한 육아휴직통계를 개발해 공표할 예정이다.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아빠의 육아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국립 아동발달연구소와 옥스퍼드 대학은 사회적 성공과 행복한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빠와 교류가 많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른바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는 것이다. 주로 몸으로 많이 놀아주는 아빠와의 신체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사회성이나 대인관계를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빠의 육아가 자녀에게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의 만족도는 83.3%로 높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전반적인 가족관계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남성이 95%로, 육아 휴직으로 자녀와의 친밀감이 높아지고, 가족을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육아를 하는 동안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행복감을 느끼며 ‘진짜 아빠’가 되어간다.


사실 제도적으로만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최장 52주의 휴직기간, 아빠육아휴직보너스 등 북유럽 못지않지만, 한국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북유럽에 비해 여전히 낮다. 아직까지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남성 육아휴직이 어려운 직장문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엄마의 모습이 익숙해진 것처럼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빠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