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능 KF80 마스크 가격, 왜 KF94와 똑같을까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마스크 5부제 둘째주인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마스크 품귀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정부의 KF80 등급 중심 마스크 생산 방침을 KF94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스크 양보다 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선 약국에서는 시민들이 낮은 등급의 KF80 마스크는 구매를 꺼리고 KF94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두 등급이 같은 가격에 팔리고 있어 이왕이면 방역효과가 높은 마스크를 사겠다는 것이다.

식약처 “정책 방향은 KF80”

정부는 그동안 공적마스크 물량 확대를 위해 업체들이 KF80 마스크 생산에 집중할 것을 권고해왔다. KF80은 KF94에 비해 MB(멜트블로운)필터 등 필수재료의 소모량이 20% 적어 생산량이 최대 1.5배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마스크 수급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지만 정부의 KF80 중점 생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정책 방향은 KF80 쪽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에서 KF94 마스크가 필요하고, 일반인의 경우 KF80으로도 충분히 감염 예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F80 마스크 가격, 향후 의제로 관리”

시민들 입장에서는 KF80 마스크 구매에 불만이 쌓인다. 핵심 필터가 덜 사용돼 등급이 떨어지는 KF80 마스크를 KF94와 동일한 가격인 1500원에 구입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시내 한 약사는 “KF94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KF80을 드리면 구매를 꺼려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마스크가 귀했을 때는 KF80 마스크도 없어서 못 썼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겨 더 높은 등급의 마스크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KF80 마스크 구입을 거부하거나 반품을 요구하는 등 약국 관련 민원도 늘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마스크 생산을 물량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KF94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KF80 생산 방침은 유지하는 대신 KF80 마스크 가격 문제에 대해선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상봉 국장은 “현재로서 가격체계를 따로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KF80 자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의제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