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한 클럽 방문자, 건물 안 미니 기지국은 알고 있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메이드'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통신사들이 이태원 클럽과 주점 인근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통신사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가지고 연락이 닿지 않는 이태원 방문자 신원파악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인근 기지국 접속자 1만905명의 전체 명단을 확보됐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휴대폰 기지국을 통해 어떻게 그곳 방문자들을 파악할 수 있었을까. 이통3사, 기지국 접속자 명단 제출…"30분 이상 머문 방문자 위주"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지난달 24일~5월6일 해당기간의 킹클럽, 트렁크, HIM, 소호, 퀸클럽 부근 5G·LTE 기지국 등에서 모은 정보를 서울시 질병관리과와 보건복지부(질본)에 전달했다. 제출 명단은 이름과 전화번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에서는 입장 시 이름과 전화번호 등 명부를 받았지만, 거짓으로 정보를 쓴 방문자가 많아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만 3000여명에 달한다.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통3사에 이태원 클럽 인근 기지국 접속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통3사는 감염병의 관리 및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감염병 의심자로 파악되는 사람의 접속 정보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태원 클럽 한 곳만 해도 인근 기지국이 십여개에 달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질본 요청에 따라 기지국 접속 정보를 제출한 것”이라며 “이태원클럽 인근 접속자 모두의 명단 제출을 요청받았고 이후 감염병에 대한 판단은 질본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기지국은 방문자 어떻게 찾을까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이태원 클럽 '메이드'에서 용산구청 방역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홍제1동에 거주하는 20세 남성이 지난 2일 이 클럽을 방문한 뒤 10일 무증상인 상태로 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양성판정을 받았다. '메이드'는 집단감염 첫 확진자인 용인시 66번환자가 들른 이태원 클럽·주점 5곳에 포함돼있지 않은 곳이다. 2020.5.12/뉴스1

휴대전화 통화는 무선 기지국을 경유해 이루어진다. 때문에 기지국 접속 정보는 오래 전부터 위치 추적 용도로 활용됐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때 가장 가까운 기지국으로 신호를 보내는 원리다. 통화 대기 중일 때도 휴대전화 단말기는 인근 기지국을 찾아 지속적으로 교신한다. 그래야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이통사들은 이들 기지국 접속 기록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돼 있다. 향후 통신요금 민원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수사·방역 상의 목적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수사기관, 방역 당국에 제출할 때도 법률에 근거한다.

이통 3사는 확진자의 주요 동선에 포함된 이태원 클럽, 주점 주변 17개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추렸다. 무선 기지국 반경은 200m~2km로 꽤 넓지만 기지국이 촘촘히 붙어있으면 보다 접속자 위치를 정교하게 파악하기 쉽다. 이통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태원은 도심이기 때문에 기지국 반경이 수백m 정도에 불과하다”며 “또 30분 이상 오래 머문 방문자를 위주로 접속 기록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에 설치된 인빌딩 기지국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인빌딩 기지국은 건물 안의 설치한 소형 기지국이다. 이 때문에 클럽 등 특정 건물에 방문했다는 보다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이통 3사는 기지국 접속기록 가운데 동네 주민과 차량으로 이동한 사람을 제외하고 30분 이상 체류한 휴대전화 소지자들의 명단을 제출됐다.

이통3사가 방역당국에 고객들의 기지국 접속 정보를 전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휴대폰과 카드 내역 등 개인정보를 활용한 건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부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과련해 △구로콜센터 △동대문PC방 △서래마을 와인바 집단감염 당시에도 이통 3사는 기지국 접속정보를 방역당국에 제공한 바 있다.

한편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 확진자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101명, 서울 확진자수는 64명이다. 서울 외에서는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