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5·18 묘지에 꽃 바친 노태우…아들 재헌씨 3번째 참배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김의기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 뉴스 1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29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조화를 헌화하고 있다. (사진 =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2020.05.29. / 사진 = 뉴시스

1980년 신군부의 핵심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5·18 광주 학살에 관연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전 대통령이 40년 만에 광주 묘역에 조화를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는 29일 투병 중인 부친을 대신해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등 상복을 착용하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직접 참배하지는 않았으나 광주 학살 책임자 중 한 명이 헌화하고 사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씨는 민주의 문 앞 방명록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적었다.

이어 제단에 노 전 대통령이 보낸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제 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하고 참배했다.

노씨의 이날 참배에는 김후식 전 5·18 부상자회장과 노덕환 미주 평통 부의장 등 5명이 동행했다. 노씨는 헌화가 끝나고 김의기·김태훈·윤한봉 열사의 묘를 찾아 무릎을 끓고 묘비를 쓰다듬으며 참배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김의기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 뉴스 1

노씨의 5·18 민주묘지 참배는 지난 해 8월에 이어 두 번째이며, 광주를 찾은 것은 세 번째다. 지난해8월에는 5·18 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했으며, 12월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기념관을 둘러보고 5·18 유족들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79년 12·12 군사 반란 당시 자신이 지휘하던 제9보병사단을 동원해 반란을 지원한 뒤 수도경비사령관에 올랐다. 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과정에서는 헬기 지원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5·18 특별법이 제정되자 전 전 대통령 등 신군부 핵심 인사 18명과 재판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12·12사태와 5월 광주 학살 등을 내란행위로 판단하고 전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17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사면으로 출소한 노 전 대통령은 '광주 사태가 아무 것도 아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으나, 지난해부터 장남 노씨가 잇따라 광주를 찾아 사죄하고 발언 내용을 담은 회고록 정정 등도 약속하고 있다.

한편 1932년생으로 올해 87세인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나흘 간 입원했다 퇴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