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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검찰개혁 필요성 스스로 알린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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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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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일반의지 무시한 검찰의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심의위 앞둔 무리수 지적 일어

[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검찰이 비대해진 권력을 줄이고 국민 속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2018년 도입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기소여부가 적절한지를 따지기 위해 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인 4일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영장청구와 관련한 검찰총장의 결재는 소집신청보다 앞섰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을 잠재울만한 내용은 아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사회질서와 공공복리를 위해 부정행위에 칼을 빼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심의위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가 검찰의 독단을 줄이겠다는 뜻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영장청구는 그 타이밍이 아쉽다.

2018년 1월 시행된 대검찰청 예규 제915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총장이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인물들로 위원회를 운영토록 했다. 검찰의 무리한 판단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여기에선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에 대해 심의하도록 돼 있다.

피고 당사자가 심의위를 소집할 때는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는 심의대상이 아니어서 영장청구 자체가 심의위 운영 지침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심의위의 심의대상인 기소를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전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심의위 논의 자체를 영장청구라는 맞불로 막았다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구속사유를 따져봐도 급했다는 판단이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70조에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 3가지 구속사유를 정해놨다.

이 3가지 중 주거불명의 경우는 최근 이 부회장 집 앞에서 노동운동을 한다는 사람 여럿이 삼겹살에 술을 곁들인 영상을 올려 전 국민이 주거지를 알게 됐으니 구속 사유의 첫 번째는 사라졌다.

또 지난 1년 6개월 이상 검찰이 삼성 주요 계열사를 샅샅이 조사하고, 430여차례의 소환 조사에 증거인멸로 구속시킨 사람이 여럿이고 압수수색도 수십 차례 했으니 인멸할 증거도 없을 듯하다.

도망할 우려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이 '해외 반도체나 휴대폰 공장을 점검하려 갔다가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다시 귀국한 것을 보니, 서울에 가족과 재산을 두고 어디 갈 일도 없어 보인다.

3가지 구속사유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데, 검찰의 어떤 조급증이 이런 무리수를 두게 했을까 싶을 정도다. 혹 검찰이 확보한 확실한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정에서 따질 문제이고, 처벌은 판사의 몫이다.

검찰의 역할은 법률 전문가로 수사경찰로부터 시민의 인권을 지키는 파수꾼의 위치다.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인권침해는 없는지를 감시하는 감독자로서 기소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스스로 운동장에서 뛰며 수사도 하고, 심판도 하다보니,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없는 자기모순적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이번 이 부회장 변호인의 심의위 요청과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는 시민들의 생각을 듣겠다는 일반의지와 검찰 내 수사팀의 생각대로 가겠다는 특수의지(전체의지)를 다투는 문제로 보인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의 사상적 기초를 제시한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국민의 심의과정에서 특정집단의 목소리가 커질 때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국민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심의할 때 만일 시민들이 서로 의사를 전하기 위해 도당을 짓는 따위의 일이 없다면 사소한 차이들이 모여 언제나 일반의지(총의, 민의)를 만들어 낼 것이며, 토론의 의결은 언제나 좋은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도당이나 부분적인 단체가 매우 커져서 다른 모든 단체를 압도하게 되면, 그 결과는 더 이상 사소한 차이들의 총화가 아니라 단 하나의 차이만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를 위한 일반의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 우세한 의견은 특수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p 181, 동서문화사)

쉽게 말해 심의위에서 다양한 의견을 통해 나오는 결과는 그 방향이 어떻든 총의를 담은 것이지만, 목소리를 높인 검찰 수사팀의 우세한 의견은 자신들의 수사를 정당화하는 데 치중하는 특수의견이 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 것이다.

특수의지의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의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심의위에서의 목소리를 듣고, 영장을 청구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큰 이유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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