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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원조 '스피넘랜드'에서 진짜 배울 것[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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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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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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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50대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빵을 사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이슈 선점 주특기를 가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우파 진영에 기본소득 논의를 끌어들이면서 한 말이다. 실제로 기본소득 정책의 기준은 원래 빵이었다.
기본소득,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좌파 정책이 아니다.
1795년 도입된 영국의 스피넘랜드 법이 원조이다. 당시의 전형적 우파인 시골 지주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판사들이 만들었고, 39년간이나 지속됐다.
최근 끝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나 2016년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 혹은 1982년 시작된 미국 알래스카 석유기금보다 길게는 200년 이상이나 앞섰다.

주 산업이 농업이었던 버크셔 지역 판사들이 스피넘랜드라는 곳에 모여서 '노동자 1명당 주당 3갤런(영국 1갤런=4.5리터)의 빵을 살 수 있는 임금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본인 외에, 가족 몫으로도 1명당 빵 1갤런 조금 넘는 금액을 보장액수로 규정하고 빵 가격 변동에 따른 지급기준표를 상세히 만들었다. 본인의 소득이 그 기준을 넘을 경우는 지급 대상이 아니고, 못 미칠 경우 구호를 받는 것이었다.
결과는 비참했다. 노동생산성은 급감했고, 법이 보장한 기준은 '최저기준'이 아니라 최고임금이 됐다. 노동자들의 생활은 하향평준화 돼 대부분 구호를 받아야 하는 빈민이 됐다.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질서가 태동하던 영국사회에서 자유로운 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출은 사회발전의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기득권자들이 농촌 중심 경제 질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노동자들을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고 국가 경제에도 재앙이 됐다.
보수 논자들은 ‘스피넘랜드의 교훈‘을 들어 기본소득 폐해론을 펴기도 한다. 진보 진영도 별로 유리할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스피넘랜드를 거론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스피넘랜드의 진짜 교훈은 "경제사회 발전 단계에 역행하는 정책은 실패한다"이다.
스피넘랜드 법은 △(노동력의 이동을 막기 위해)농촌지역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명확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열심히 일해서 기준 이상을 버는 사람은 아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고 △임금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실시됐다.
다시 말해 역사의 흐름을 완벽하게 거스르는 반동적 법이었다. 결국 이 법이 폐지된 1834년이 영국에서 근대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부상하고 있는 기본소득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부상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 이에 따른 소득분배 악화와 성장 잠재력 악화 및 생존권 위협에 따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기본소득 개념은 단순히 구호나 복지 차원을 넘어서 ‘권리’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대만계 기업인 앤드류 양이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매달 1000달러를 '자유배당'(Freedom Dividend)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한게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큰 부의 원천중의 하나인 ‘데이터’, 혹은 기업의 이윤창출에 수반되는 사회시스템 환경보전 등 사회구성원이 제공하거나 부담하는 가치에 대한 대가가 기본적 권리로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원은 새로운 산업 구조하에서 절대적 수혜를 입고 자본을 축적하는 기업과 고소득층이 부담해야 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기본소득을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가족단위가 아닌)개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a periodic cash payment unconditionally delivered to all on an individual basis, without means-test or work requirement."
현재로서는 우리가 이같은 개념에 부합하는 기본소득제도를 조만간 전면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기본소득을 자기브랜드(PB)처럼 만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름 붙인 ‘재난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농업기본소득’ 역시 기본소득의 근본 취지나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진보진영의 주류, 혹은 ‘복지파’는 기본소득보다는 복지제도의 확충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가 시급하다며 이를 PB화 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전금융감독위원장) 같은 이는 기본소득은 ‘우파적 발상’이라고 날을 세운다. 기존 복지정책을 통합(내지 축소)한 기본소득을 통해 정부의 관료적 복지시스템을 축소하고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고, 나아가 기업의 임금이나 고용부담을 줄이자는게 우파적 기본소득의 의도라는 경계다.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 갈수록 집중되는 자산소득 사업소득에 대한 증세와 국가재원 확대 방안을 솔직하고 정교하게 내놓지 않은채 현재의 국가재원을 유지하는 선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자본친화적, 우파적’이라는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기존 복지제도의 안전망 마저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반면 기본소득이 구호나 복지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산업구조 구성원들의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과, 소비확대 효과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척하는 것도 현존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좌파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의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군불은 땠지만 비주류 혹은 아웃사이더가 이런 좌파적 발상을 제기하는데 대한 불쾌함이 적지 않다. 김위원장이 야권의 대권후보 기준으로 던진 ‘40대, 경제전문가’에 해당하는 김세연 전의원 정도나 "시기의 문제일 뿐,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본소득 도입은 필연"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판단처럼, 보수진영도 정치적 일정상 어떤 식으로든 '우파적 기본소득론'을 정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치권과 학계에서 정책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시간내에 결론을 내서는 안되고, 낼수도 없겠지만 언제까지 이론적 영역에 둘 수 만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기본소득 담론은 ‘최저 안전망’내지는 ‘최저 권리’로서의 기본소득 개념 도입과, 이에 합당한 복지제도 개편, 조세형평성 확대 및 증세, 재정 운용 개혁으로 이어지는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우파적 접근이건 좌파적 접근이건,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인식과 정치적 셈법으로 '스피넘랜드'가 재현되는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기본소득 원조 '스피넘랜드'에서 진짜 배울 것[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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