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질병관리 컨트롤타워, '상반기 출범' 어려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야생동물 질병관리를 전담할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질병관리원)'이 본격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2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질병관리원은 상반기 중 조직을 갖춰 출범할 수 있을 것 같다.(5월 홍정기 환경부 차관)"

준공 20개월이 되도록 미가동 상태인 질별관리원이 올 상반기에도 문을 열지 못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장·차관 인사들의 공언에도 개원이 미뤄지게 됐다. 인력을 포함한 조직 규모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서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와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원의 직제, 인력 등을 두고 협의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두 부처 관계자 모두 "최대한 이른 시간 내 결론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계획처럼 올 상반기 출범은 힘들어졌다.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두 부처 협의가 막바지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이달 중 출범은 어렵게 됐고 다음 달 중 질병관리원이 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으로 야생동물 유래 질병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자 설립이 추진된 질병관리원은 2018년 10월 건물이 지어졌다. 국비 200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환경부와 행안부 간의 직제 협의로 조직이 갖춰지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환경부가 공문을 보내 시작된 직제 협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1~2급 고위공무원단을 포함한 조직 등을 제안했지만 행안부와 이견이 있었다. 이에 환경부가 한발 물러나 과장급 조직으로 행안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차관은 "직제만 고집하다간 야생동물 질병관리원 출범이 너무 늦어져 야생동물 질병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야생동물 질병 관리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이 없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직원들이 현재 야생동물 질병 조사·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를 포함해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의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선 전문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질병관리원은 현재 약 77종, 276개 실험·분석 장비 등을 구축했다. 직제 협의가 마물리돼야 전문연구 인력 등의 채용이 진행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단 필수인력 체제로 운영이 될 것"이라며 "추후 연구보조인력 채용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