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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 ‘사이다’ 정치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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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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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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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 ‘사이다’ 정치의 함정
우리 사회에는 좌, 우파를 막론하고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직면하게 되는 세 가지 난제가 있다.

첫째 부동산, 둘째 교육, 셋째 통일이다. 이 문제들은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도전했지만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나마 나은 평가가 어느 정도 선에서 적절히 관리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은 우리의 욕망을 시장이란 이름 아래 감춘 결집체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그 결과를 두고 정부가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고 비웃는다. 최근 부동산의 불안정은 방역대책과 함께 정권을 흔드는 표적이 되면서 정국이 더욱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딜레마는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그것이 만든 결과를 시장을 통해 타협해낸 자본주의적 인간관의 성공과 창조적인 인간의 본성이 교육에 의해 완전하게 구현될 수 있다고 믿었던 사회주의적 인간관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사회주의는 무엇보다도 자본제적 생산양식에 고유한 시장의 무정부성을 계획에 의한 의식적 통제로 대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즉 고립된 분업과 분절된 소상품 생산을 제거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시장을 폐지하고 과학적 예측을 통해 동요의 근원을 봉쇄하려는 노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인간 욕망이 충돌하는 시장의 무정부성을 계획으로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오래전에 실패했음이 입증됐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교육, 통일처럼 성공이 쉽지 않은 운명의 정책들에서는 그 결과보다 오히려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절차들이 더 중요해진다.

예컨대 일원적 민주주의관이란 선거에 승리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 여당은 다음 선거까지 국가의 주요정책이나 법률을 자신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바에 따라 채택, 제정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면 이원적 민주주의관이란 선거에 승리한 국회 다수파나 대통령의 결정이 곧바로 다수의 지배로 승인되는 것은 아니고 주요 국정 현안은 매번 국민 다수의 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니까 어떤 입장도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책 결과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부에 따라 정권의 정당성 수준은 전혀 달라진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한 축으로 하지만 동시에 소수의 권리보호를 다른 한 축으로 한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자들은 다수와 소수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타협하고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일원적 민주주의관에 따라 다수결을 밀어붙였다면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물론 부동산처럼 인간의 욕망과 계획에의 유혹이 부딪히는 복잡한 문제를 한마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정치는 없다. 사람들은 이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정책과 정치인을 기대하지만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상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분화하는 사회구조를 반영해 생겨나는 복합적인 문제는 더 정밀한 제도를 통해 신중하게 풀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정치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익을 주고받는 지루한 일상이 될 확률이 높다. 지역, 세대, 계층, 이념의 전통적인 균열에 더해 인종, 문화, 종교적 소수집단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회집단을 만족시킬 거대담론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까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이해를 단번에 만족시켜 줄 사이다 정치란 애초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한 번의 선거, 한 명의 위대한 정치인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이 사라진 다문화적 정치 상황에 익숙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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