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연기, 중단…다시 암흑기에 빠진 문화계

정동극장이 주요 하반기 사업으로 밀고 있는 2020 청년국악인큐베이팅 사업 '청춘만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부작당' 공연팀이 18일 첫 대면공연을 치른 뒤 남은 7개 팀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제공=정동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재확산에 따라 숨 통이 트일 것 같던 공연계가 다시 숨 막히는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다.

국공립 중심 공연장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운영 축소나 취소 수순을 밟고 있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을 축제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간담회는 연기 또는 취소 일정을, 예정된 정기 공연은 취소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감염증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 중인 공연을 조기 종료 또는 연기한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대극장에서 선보인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장 공연은 2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조기 종료한다. M씨어터에서 오는 22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도 2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뮤지컬 대표 프로듀서 8인과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추진했던 뮤지컬 갈라콘서트 ‘쇼머스트고온!’은 잠정 연기됐다.

'2020 모차르트!' 중 잘츠부르크의 겨울.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 무대는 기부금, 수익금 등 5억원을 모금해 올 초부터 코로나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우 및 스태프 500명에게 100만원씩 지원하기 위해 어렵게 마련된 공연이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련된 무대가 ‘코로나19’로 좌초된 셈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조기 종료 및 연기에 따라 예매한 관객들에게 수수료 없이 환불할 예정이다. 미술관 1, 2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에바 알머슨의 ‘비다’(Vida) 전은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시간당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

하반기를 야심차게 준비 중이던 정동극장도 제동이 걸렸다. 19일 오전 11시 예정이던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 3회차 공연은 취소된 데 이어 21일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제작발표회 행사도 취소됐다.

2020 정동극장 청년국악인큐베이팅 ‘청춘만발’ 릴레이 공연의 시작이었던 ‘사부작당’ 공연팀은 18일 첫 대면공연을 치른 뒤 남은 7개 팀의 향후 공연이 온라인 중계로 변경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23일까지 예정된 국립극단의 ‘화전가’는 18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9월 준비된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과 ‘동양극장 2020’도 현재 티켓 오픈을 점정 보류했다.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 21, 27일 예정된 정기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시향 관계자는 "단원들이 전원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며 “9월 공연 진행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진=뉴시스

코리안심포니는 19일 예정된 ‘넥스트 스테이지' 공연을 9월 하순으로 연기했다. 이 무대에는 지휘자 박승유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설 예정이다.

성남아트센터는 20일 마티네 콘서트를 당초 객석의 20%만 오픈해 띄어 앉기와 생중계를 병행할 예정이었으나 무관중 온라인 중계만 진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금호아트홀도 20일 예정된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한지호의 리사이틀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공연계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컬계는 생계 문제가 직결돼 국공립 공연장만큼 즉각적인 중단이나 연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뮤지컬 기획사 관계자는 “그간 철저한 방역 관리 등으로 공연계가 별 탈 없이 지내온 만큼 관객의 자발적인 취소가 이어지지 않는 한 무대를 접기는 힘들다”며 “상황을 보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