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통사고, 무면허는 괜찮고 음주운전은 안된다고?

#애주가인 최진혁씨(가명)는 얼마 전 친동생 집에 찾아가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난 터라 분위기가 좋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의 유산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급기에 술에 잔뜩 취한 최씨는 홧김에 대리운전 기사도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돌아가려다 동생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 중이던 아파트 주민의 차량을 들이박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최씨는 작년에도 무면허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고를 냈음에도 보험 처리가 됐던 기억이 떠올라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과연 최씨는 주민 차량과 본인 차량 파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고라 하더라도 최씨는 음주운전이 적용돼 상대 피해 차량의 대물배상에 대한 사고부담금을 내야 하며 자기차량손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수 없다. 최씨는 작년이나 이번이나 똑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무면허운전을 했을 때는 보상을 해주고 음주음전을 했을 때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 모두 중과실에 해당하는 사고인데 보상 여부가 갈린 이유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 ‘운전’과 ‘도로’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상 운전은 '도로에서 차마(車馬) 또는 노면전차를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도로 뿐 아니라 도로 외의 곳도 포함된다. 도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해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장소’를 의미한다. 이는 특정인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도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여러 판례 등에서도 차량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경비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아파트 단지나 학교 운동장, 각종 건물과 시설의 주차장 등은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 차단기 시설이 없는 등 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로 인정된다.

최씨의 경우 사고 장소인 동생의 아파트 단지는 사고발생 당시 경비원과 차량차단기에 의해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던 상태라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작년에 최씨가 면허 취소 상태에서 사고를 냈을 때에는 무면허운전이 성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운전에는 도로가 아닌 장소도 포함되기 때문에 음주운전은 적용이 된 것이다.


즉, 아파트 단지 등 출입이 통제돼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 장소에서는 면허가 없더라도 운전연습 등을 위해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출입이 통제되든 아니든 그 어떤 장소에서도 음주운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6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 뺑소니 사고로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피보험자의 사고당 대물배상 사고부담금은 기존 100만원에서 최대 5100만원까지 상향됐다. 대인배상 사고부담금도 기존 300만원에서 1억300만원까지 인상돼 최씨는 합계로 총 1억5400만원까지 내야할 수도 있게 됐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이나 재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고 그 어디에서도 용인되는 곳은 없다"며 "특히 요즘 같은 폭염과 무더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불쾌지수 상승으로 교통사고가 평소보다 28% 증가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