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안돼 말바꾼 정부…뉴딜펀드 손실, 35%→10% 떠안는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대화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추진동력 마련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0조원 규모의 모자 펀드 조성, 이와 함께 뉴딜 기업의 특별 대출·보증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직접 투자, 민간금융회사의 투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170조원+α 규모의 금융 지원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2020.9.3/뉴스1

정부가 지난 3일 뉴딜펀드의 손실을 35%까지 먼저 떠안아 국민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이 비율이 10%라고 정정했다.

기획재정부는 '35%'는 정부와 민간의 매칭비율이 각각 35%, 75%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위험부담 비율은 이미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10%로 기재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비율이 평균 35%라고 설명해 논란을 부추겼다.

정부의 손실비율에 따라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해 손실이 2000만원(-20%)이 난다고 가정하자. 정부의 위험부담비율이 35%인 경우 3500만원 손실까지 재정에서 떠안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된다. 하지만 10%(1000만원)일 경우 나머지 1000만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글과 말이 다른 정부 발표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추진동력 마련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0조원 규모의 모자 펀드 조성, 이와 함께 뉴딜 기업의 특별 대출·보증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직접 투자, 민간금융회사의 투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170조원+α 규모의 금융 지원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2020.9.3/뉴스1

지난 3일 정부는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사업의 자금줄을 대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특징은 20조원 중 7조원을 출자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모(母)펀드인 '정책뉴딜펀드'의 자(子)펀드 후순위 출자를 맡기로 한 것이다.

'후순위 출자'는 채무변제 순위가 낮다는 의미로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해당손실을 우선 흡수하게 된다. 투자리스크를 정부가 우선 부담해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자펀드별 매칭비율은 평균 35%, 정부의 위험부담수준은 기본 10%로 하되 세부사항은 자펀드의 성격과 정책적 중요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험부담수준, 즉 손실이 날 경우 우선적으로 재정에서 10%를 부담하겠다고 한 것이다.
◇장관발언에서 달라진 위험부담비율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금융권 참여방안을 비대면 영상 보고를 받고 있다. 2020.9.3/뉴스1

문제는 같은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발생했다. 상당수 기자들은 뉴딜펀드에서 손실이 날 경우 원금보장이 가능한지, 정부가 35%까지 손실을 우선적으로 떠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은성수 위원장은 "정부가 평균 35%를 후순위 출자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원금이 보장된다고 명시하지 않지만 사후적으로 원금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성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은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며 펀드수익률이 -30%일 경우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발표한 보도자료와는 다른 설명이었다.

홍남기 부총리도 "후순위 비율이 35%로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자펀드의 성격에 따라 어떤 펀드는 20%, 다른 것은 40%가 될 수 있다"며 "손실이 얼마나 났는지, 어떻게 커버하는지는 그 자펀드에 얼마만큼 정부 출자금과 정책금융이 들어갔는지 그 비중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딜펀드의 밑그림을 함께 만든 두 부처수장이 정작 가장 중요한 정부의 위험부담비율을 잘못 말한 것이다. 이날 대부분 언론들은 두 수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뉴딜펀드 손실분의 35%를 정부가 떠안는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기재부와 금융위는 뒤늦게 전날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책형 뉴딜펀드를 운용할 경우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뉴딜 사업의 성격에 따라 추가적인 리스크 부담이 필요할 경우 한국성장금융,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협의 하에 총 7조원의 정책자금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리스크 분담 비율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