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G 잭팟'의 시작…文대통령이 묻고, 이재용이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한 미래성장사업 4대축이 모두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장비를 공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5G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부품과 함께 삼성그룹이 2018년 8월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발표한 핵심 전략사업이다.


당시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부한 투자 확대 요청에 대해 이 부회장이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 청사진으로 내놓은 답이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주력분야에서 턱 밑까지 추격해온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를 따돌릴 또다른 초격차 엔진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AI·바이오·전장·5G…포스트 반도체 4대축 투자5G 수주를 계기로 삼성의 4대 미래성장사업이 재조명되는 것은 지난 2년여 동안 5G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마지막 퍼즐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전장부품, 바이오 사업이 순항한 것과 달리 5G 분야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세계 무대에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에 밀리며 '내수용 5G' 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5G를 4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밀어붙인 것은 5G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이나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시티의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5G가 상용화하면 2025년 이후 기대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연간 3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버라이즌과 계약으로 삼성전자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통신장비 무대로 본격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2년 전 그린 청사진 순항…'초격차 리더십' 가속인공지능도 이 부회장이 가장 각별하게 챙기는 사업현안으로 꼽힌다. 20세기 승자가 반도체 패권을 잡은 기업이라면 21세기의 승자 인공지능 패권을 잡은 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은 글로벌 IT 시장의 화두다.

아마존, 구글 등 경쟁사에 비해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던 삼성이 지난 2년여만에 전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관련 특허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부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반도체 설계, 인공지능 분야에서 삼성이 채용한 박사급 인력이 500명을 웃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장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 역시 4대 성장사업 발표와 맞물린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지난해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 두뇌가 될 전장용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을 마쳤고 아우디와 NPU를 탑재한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 네덜란드 NXP와도 지난해 8월 자율주행에 적용될 무선통신기술 UWB(초광대역) 표준 제정을 위한 컨소시엄을 공동 발족했다.

4대 성장사업 가운데 유일한 비전자사업인 바이오는 삼성이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키우는 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수주액은 지난해 연간 3789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7647억원으로 늘었다. 1조7400억원을 투입해 이달 착공하는 제4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25만6000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이 된다.

재계 한 인사는 "버라이즌 수주로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산업'에 필적하는 이 부회장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가속화될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