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여당·경기연까지 '집중포화'…꼬리내린 조세연 "할많하않"

16일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모습. /사진=뉴스1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가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역효과를 낸다고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조세연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세연의 문책까지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기에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도 조세연의 발표 내용을 정면 반박하며 조세연을 압박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여당과 대권주자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갈을 물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김태년까지…집중포화 맞은 조세연사태의 발단은 조세연이 15일 내놓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고, 지역 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화폐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추진해, 현재는 경기도 시군과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대표 정책 중 하나다.

이 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정부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 내 사용을 강제해 소비 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도 가세했다. 김 원내대표는 17일 "지역화폐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지역화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이재명 경기지사 간 논박에서 이 지사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경기=뉴스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2020.9.9/뉴스1

경기연·국책기관도 비판 가세…꼬리 내린 조세연 이 지사의 영향권인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연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과 김병조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조세연 보고서는 의도된 전제와 과장된 논리로 지역화폐에 대한 일반적으로 보편화 된 상식들을 뒤엎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단장은 이어 조세연이 사용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4월 1일부터 청년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데, 조세연이 사용한 자료는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라는 지적이다. 유 단장은 "사용한 자료부터 부실하고 사실에서 벗어난 가정과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며 "결론을 전제하고 과정을 채우려다 보니 무리한 논리 전개와 과장이 따랐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경기연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작년 12월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전국발행의 경제적 효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066억원, 2018년 3714억원 규모였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은 작년 2조2573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이에 조세연 실무진들은 반박 내용을 담은 언론배포용 '설명자료'를 만들었지만 김유찬 원장이 언론 등에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野 "답정너냐", "무서워서 바른말을 하겠나" 비판도반면 야권에서는 연구 결과에 여권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비판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토론은 권장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한 언행은 토론이 아니"라며 이 지사를 향해 "이번에도 너무 심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국책 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 어떤 경우라도 '답정너'는 안 된다. 민주적이지도 않고 답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원 지사는 "조사와 문책이 아닌 활발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한다"면서 "디지털라이즈(Digitalize)된 형태의 지역화폐들이 가져오는 편익에 대한 분석이 추가되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전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향해 "자신이 무조건 옳고, 남에게 절대 지기 싫어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결코 참지 못한다"며 "참 성질 대단하시다. 무서워서 누가 이 지사에게 바른말을 하겠느냐"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매번 이렇게까지 화내고 발끈하고 남의 비판을 못 참으면, 큰 꿈은 접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