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父의 절규…"아들 목숨 앗아간 책임자 처벌해 달라"

박모씨가 6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와 한국도로공사, 대림산업 등 하천 안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기관들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2020.10.6/© 뉴스1 이지선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자식을 잃은 아비의 외침이, 사회에 울림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8월 전북 전주시 전주천에서 발생한 사고로 20대 아들을 잃은 박모씨(56)의 절규다. 박씨는 아들 죽음에 대한 책임의 주체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7공구 건설 공사' 관계 기관을 지목했다.


박씨는 6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끄러운 아버지지만 아들과 국가를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전주시와 대림산업, 한국도로공사를 법이 허락하는 최대로 처벌해달라"고 규탄했다.

박씨의 아들(23)은 지난 8월18일 오전 친구 4명과 함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색장동 은석교 인근의 전주천으로 향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여름이면 자주 찾던 피서지에 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후 12시40분께 발목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물 속을 걷다 갑자기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에 발을 담근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다.

이유는 무릎에도 안 닿던 수심이 하천 중간부분에서 갑자기 2.5m로 깊어졌기 때문이었다. 물 속 낭떠러지로 떨어진 이들 중 4명은 공사장 작업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가장 앞쪽에 있던 박씨의 아들은 끝내 숨을 거뒀다.

박모씨가 6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와 한국도로공사, 대림산업 등 하천 안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기관들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2020.10.6/© 뉴스1 이지선 기자

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은석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된 임시 교량 아래다.

대림산업이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7공구 지점의 공사를 위해 지난 2월 건설한 가교다. 하천에는 상판을 지지하기 위한 철골 기둥이 여러 개 박혀있다. 사고가 발생한 기둥 주변 2.5m 수심의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의 수심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박씨는 "사고 당시 이와 관련한 경고 안내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물에 들어갔던 것이다"면서 "사고 이후 에서야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과 입간판, 안전줄 등이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 다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전주시가 하천 점용 허가를 내주고 이를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임시 다리가 전주천 유수 흐름에 영향을 주거나 하천 바닥을 훼손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은석교 인근 하천은 매년 시민들이 물놀이를 위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임을 알았다면 안전 표지판을 부착했어야한다"며 "만약 전주시가 법령대로 하천을 점검했다면 이런 위험성을 알았을 것이다"고 미점검 의혹을 제기했다.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색장동 은석교 인근의 임시 교량과 아래를 흐르는 전주천의 모습. 사람들이 걸어서 양쪽을 건너다닐수 있을 만큼 수심이 얕다.2020.10.6/© 뉴스1 이지선기자

이날 오후 기자가 직접 찾은 사고 현장은 송사리 떼가 노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하천 바닥이 얕았다. 하천 안쪽의 수심이 2.5m를 넘길 것이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이후 설치됐다는 현수막과 입간판에는 '이 지역은 수심이 깊으며 지형상 굴곡이 매우 심하여 수영 등 물놀이 행위를 일체 금지합니다'라고 경고문이 써있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제2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박씨는 "방만한 행정을 바로잡도록 전주시와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사건의 실상과 책임의 소재를 밝혀달라"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끌어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법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인간다움이 아직은 다 죽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이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고 이를 계기로 국민의 삶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수사 중인 완산경찰서는 "관계기관과 공사업체로부터 하천 점용허가 신청서와 작업지시서 등을 제출받아 면밀히 검토 중이다"면서 "사고 현장 수심이 깊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국과수 감정 의뢰와 자문 등을 통해 사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6일 전북 전주시 색장동 전주천의 임시교량 인근에 위험을 안내하는 경고문이 부착 돼 있다.2020.10.6/© 뉴스1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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