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 인천에 청정수 지원한 제주도, 수돗물 유충에 당혹

3개월 전인 7월2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시 어승생정수장을 방문, 수질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가 당시 도내 17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발견되지 않은 유충이 최근 서귀포시 지역 중심으로 잇따라 발견됐다(제주도 제공) © 뉴스1©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홍수영 기자 = 청정 지하수가 자랑인 제주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돼 원인 규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내에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최초 신고를 접수한 날은 지난 18일 서귀동이다.


이어 19일과 20일 보목동에서 각각 1건씩, 21일에는 대포동, 법환동, 월평동, 강정동 등 4건의 신고 등 지금까지 7건이 접수됐다.

제주도는 발견된 유충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1차 검사에서는 타지역에서 문제가 됐던 깔따구 유충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서귀포 동(洞) 지역이고 강정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강정정수장은 하루 2만5000톤의 수돗물을 서귀포 동지역 약 3만1000여 명에게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는 당혹해하고 있다.

이날 원희룡 지사도 급히 강정정수장을 찾았고 환경부는 정밀역학조사반을 제주도에 파견했다.

주목할 부분은 제주에서는 지난 7월 인천시 수돗물 유충 발생 당시 자체 점검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제주도는 도내 17개 정수장을 특별점검한 결과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타 지역 정수장과는 달리 깔따구 유충이 서식할 수 있는 활성탄 여과장치 방식을 이용하지 않아 유충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제주도개발공사가 수돗물 유충으로 어려움을 겪은 인천에 삼다수 2만여 병을 무료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노후된 강정정수장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양병우 도의원은 "강정정수장에 1983년에 설치한 급속여과지가 40년이 다 됐는데 그 정도 썼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현 도 행정부지사는 "인천 유충 사건 당시 제주도는 활성탄 여과지를 안써 (유충과)전혀 관계가 없다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타나서 할말이 없다"며 정수장 시설 개선을 약속했다.

서귀포 시민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귀포에 거주하는 윤모씨(60)는 "씻고 먹는 물에서 벌레가 나왔다니 걱정이다. 샤워기 필터라도 사서 써야 하나 고민 중이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강모씨(34)도 "청정 제주에서도 이런 일 생겨 놀랐다"며 "물이야 생수를 마시지만 음식까지 생수로 조리해먹기는 부담이 된다. 씻을 때도 찜찜해서 자꾸 확인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제주도는 해당 지역에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는 한편 향후 필요한 경우 삼다수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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