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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에요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요"…조조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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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민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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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3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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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34

[편집자주] 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오해에요,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요. - 조조의 착각.


동탁으로부터 쫓기던 조조는 자신을 풀어 준 중모현령 진궁과 함께 달아 나다 부친의 친구인 여백사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준으로 한 내용입니다).

조조를 환대해주던 여백사가 잠시 집을 비우고 술을 받으러 간 사이 조조는 잠결에 ‘묶어서 죽이는 것이 어떨까?’라는 소리를 듣고 여백사의 식솔들이 쫓기는 자신을 잡아서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하여 집 안에 있던 여백사의 식솔들을 모두 죽인 후 진궁과 함께 달아 나면서 술을 받아 오던 여백사와 마주치자 조조는 입막음을 위해 다시 여백사까지 죽여 버렸고 이 일로 조조와 진궁의 사이는 멀어져 서로의 길을 가게 됩니다(후에 여포의 모사였던 진궁은 여포가 조조에게 붙잡혔을 때 함께 붙잡혀 조조의 회유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위와 같은 내용에는 형법적으로 살펴 볼만한 몇 가지 착오가 존재하고 있어 오늘은 착오와 관련해 몇 가지만 살펴 볼까 합니다.

① 조조가 여백사라 생각하여 사람을 죽였으나 죽은 사람은 여백사가 아니라 그와 많이 닮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조는 살인에 대한 책임을 질까요?

이 경우는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에 해당하는데 ‘사람을 죽였다’는 기본적인 사살에 차이가 없어 조조는 살인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② 죽인 사람이 여백사든 다른 사람이든 그 부분은 조조가 살인죄의 책임 져야 한다니 그렇다 치고,

조조가 여백사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굳이 ‘입막음’을 하려고 사람을 죽일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그럼 ‘입막음’과 관련한 착각은 조조의 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부분에서 조조의 착오는 ‘입막음을 위해’라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고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했다’는 결과를 처벌하는 결과범이므로 위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어 조조의 행위는 동기의 착오에도 불구하고 살인죄로 처벌되어야 합니다.

③ ‘조조가 여백사의 식솔들을 죽인 행위는 조조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을 죽인 것이라 어찌 보면 정당방위 같기도 한데 그래도 죄가 되나요?’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네요.

착오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외적 사실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여러 사람을 죽인 조조는 피해자 숫자 만큼의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살인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 받아야 합니다만,

조조의 오해와 그로 인한 조조의 살인행위 그리고 조조의 살인행위에 대한 처벌, 이 부분을 학계에서는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라 칭하면서 일반적인 살인과 달리 오해에 기인한 살인행위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간단히 조조는 정당방위 상황이라고 착각한 상태입니다).

위 논의와 관련해 많은 학설이 있어 간략히 비교적 다수설의 입장에서 결론을 적자면 i) 조조가 조금 더 주의해서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조조는 ‘과실치사’의 죄로 처벌받게 되지만 ii) 조조가 조금 더 주의했더라도 오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조조는 처벌받지 않습니다(물론 이 부분은 학설의 태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④ (연의에 나오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조조가 입막음을 위해 여백사를 죽인 후 여백사의 사체를 강으로 던져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 했는데 알고 보니 여백사는 조조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강에서 익사한 것이라면 또 어떨까요?

i) 여백사를 죽이려 했으나 여백사가 죽지 않았으니 이 행위를 살인미수죄로, 여백사의 사체라 생각하여 사체유기의 고의로 한 행위가 결국 여백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이 행위를 과실치사죄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ii) 처음부터 여백사를 죽이려 했고 결국 여백사는 죽었으며 중간과정에 착오가 있긴 하였으나 ‘죽이려던 여백사를 죽였다’는 전체적인 결과에는 변함이 없으니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보통 ‘개괄적 고의’의 사례라고도 표현하는데 다수의 견해는 전체적인 조조의 행위를 위 ii)와 같이 개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착오와 관련한 논의는 굉장히 복잡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여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적어야 하지만,

죄의 성립과 관련해 문제될 만한 착오를 개괄적으로나마 한 번 살펴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몇 가지 착오에 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해에요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요"…조조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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