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기간산업·일자리10만개 존폐, 사모펀드가 결정해서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10,680원 0.00%) 인수를 위한 한진칼 (57,700원 ▲300 +0.52%)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대해 "'경영상 목적'에 부합한 적법한 절차"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과 관련 이 유상증자가 법적으로 보장한 제도를 활용했다고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한진그룹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항공산업 종사자 10만여명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한진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3자 배정 유증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 적시돼 있는 '경영상 목적 달성의 필요'를 바탕으로 한 적법 절차"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고려하면 가장 합리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같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진칼은 정관에 '긴급한 자금조달’과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를 위해 주주 이외의 자에게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이미 정해놓은 상태다. 대법원도 아무리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면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코로나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선 적합하지 않고, 진행과정도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입장문에서 "주주배정 유증 시 현 주요 주주들이 추가적인 인수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며 실권주 인수의 경우 밸류 대비 주가가 과하게 높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이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되는 점도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긴급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이번 인수가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날로 악화돼 경영상태 부진에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겹쳐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이어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양사 통합이 사실상 무산되는 만큼 양사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의 일자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양사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직원은 약 10만여명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KCGI를 겨냥해 "남의 돈으로 사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기간산업의 존폐와 10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결정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위기 때 KCGI는 아무런 희생이나 고통 분담 노력도 없었고,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제 와서 가처분 신청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앞으로) 국적 항공사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런 노력에도 국내 항공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아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은 창업이래 한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으며 정부와 채권단 역시 여러 차례 고용 유지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