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쩔쩔맬 때…신용도 '껑충' 뛴 중소형사

대형 증권사가 사모펀드·마진콜 사태로 골머리를 앓은 데 비해, 중소형 증권사의 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IB(투자은행) 부문의 높은 수익성과 적은 우발부채 등으로 '튼튼한 내실'이 호평을 받으면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교보증권 (4,990원 ▼30 -0.60%)과 유안타증권 (2,805원 0.00%)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공시한 증권업종 기업 가운데 이들보다 등급이 높은 곳은 삼성증권 (38,050원 ▼750 -1.93%)(AA+/안정적)과 한국증권금융(AAA/안정적)밖에 없다.


교보증권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도 '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국내 3대 신용등급 기관으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은 셈이다.

안나영·박광식 한기평 연구원은 신용등급 상향의 배경으로 "시장지배력 제고와 유상증자로 자본완충력이 개선된 점, 보수적인 위험인수성향과 우수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등급 상향으로 동양증권 시절을 포함해 가장 높은 장기신용등급을 획득하게 됐다. 2014년 6월 유안타금융그룹 편입 직후 첫 A등급(A-/안정적)으로 올라선 이래 6년 만이다.


이외에도 신용평가사의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 8월에는 한기평과 나신평이 현대차증권 (8,890원 ▼170 -1.88%)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최근에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 BNK투자증권의 유상증자가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근 들어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IB 부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프라·마케팅이 중요한 투자중개 부문이나 인지도·리테일망 등에 의존하는 자산관리 부문은 중소형사가 대형사보다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IB부문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중소형사는 대규모 딜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거나 소규모 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총위험액 대비 IB 영업순수익 규모가 대형 IB는 4% 수준인 데 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대형 IB 제외)는 약 15%, 자본 1조원 미만의 경우 약 7%를 기록했다.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

대형 IB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 8곳을 말한다.

대형사보다 우발부채가 적은 점도 강점이다. 우발부채란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까운 미래에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말한다. 대형사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해외 대체투자 등에 나서며 우발부채를 늘려온 데 비해, 중소형사는 2017년 이후 대체적으로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

한신평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는 우발부채 규모를 2016년 6월 1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6조1000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는 같은 기간 2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이재우·노재웅 한신평 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 등에 대응해 우발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발부채에 내재한 위험이 (중소형사) 신용도 및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사 대비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상품 관련 손실 위험이 적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손실을 외국계 증권사에 넘기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보다 수익성이 높은 자체헤지 비중을 늘리면서 헤지 관련 위험부담도 늘어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글로벌 주가지수 급락으로 주요 증권사는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반면, 중소형사는 파생결합상품 발행보다 상대적으로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 위주로 조달을 늘리면서 해당 위험을 비껴갔다.

윤재성·김기필 나신평 연구원은 "일부 대형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자체헤지 비중이 80%를 넘는 등 기초자산 급락시 파생결합상품 관련 손실 발생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