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송유관에 최대 15% 반덤핑 관세…"수출회복 미지수"

미국 상무부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수입한 한국산 송유관에 최대 1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다. 올초 예비판정 관세율의 3배 수준이다. 업체들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한다는 계획이지만 관세율이 인하되더라도 수출물량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일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 3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9.33∼15.07%의 관세율을 확정했다.


송유관은 유전에서 원유나 정유 등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관이다. 한국 기업 중에선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미 상무부가 최종 판정한 관세율은 세아제강 (133,000원 0.00%)이 9.33%로 가장 낮고 넥스틸이 15.07%로 가장 높다. 현대제철 (32,350원 ▲600 +1.89%)을 비롯한 나머지 한국업체 30개사는 중간 수준인 11.60%다.

미 상무부는 한국 송유관 생산업체들이 한국 정부의 보조를 받은 철강이나 값싼 중국산 철을 사용해 가격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왔다. 반덤핑 관세는 한번 부과되면 매년 연례재심을 통해 관세율이 정해진다.


이번에 결정된 3차 관세율은 2017년 12월~2018년 11월 물량에 대한 판단이다. 상무부는 지난 2월 3차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3.45∼4.81%의 관세율을 산정했다가 예비판정 이후 미국 내 주장을 받아들여 관세율을 올렸다. 직전년도인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의 물량을 대상으로 한 2차 연례재심 최종판정 관세율은 22.70∼38.87%였다.

대한송유관공사 출하대 및 파이프라인 전경./사진제공=대한송유관공사

미 상무부는 3차 연례재심에서도 1·2차 연례재심과 마찬가지로 '특별시장상황'(PMS)을 적용했다. PMS는 수출국의 특별한 시장 상황 때문에 원가 등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관세율을 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미 상무부가 재량으로 관세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 상무부는 값싼 중국산 열연이 한국에 덤핑돼 열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본다. 또 한국 철강업체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값싼 전력을 공급받아 철강재 가격이 시장 논리에 따라 책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 철강업체들이 '전기료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철강업체는 3차 연례재심 결과에 불복해 CIT에 제소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한국 철강업체들이 CIT에 제소하면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CIT는 2015년 5월~2016년 11월 물량에 대한 1차 연례재심 관세율(14.39~18.77%)과 2016년 12월~2017년 11월 물량에 대한 2차 관세율(22.70∼38.87%)에 대해 PMS 적용을 되돌리고 재산정할 것을 명령했다.

미 상무부는 결국 1차 연례재심 관세율을 4.23∼9.24%로 낮췄고 2차 관세율에 대해서는 재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CIT가 3차 연례재심 최종 관세율에 대해서도 재산정을 명령해 관세율이 낮아지면 국내 기업들은 조만간 납부할 관세(9.33∼15.07%) 일부를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다만 반덤핑 관세율이 인하더라도 당장 송유관 수출 실적이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유정(지하 석유층으로부터 원유를 퍼올리기 위하여 판 구덩이) 공사 업체들의 수요가 급감하고 송유관의 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부당한 관세율을 낮추는 게 급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관세 부담이 줄더라도 수출 물량이 늘어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