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난 거 아냐? '대선 2차전'에 울고 싶은 美조지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집회에 5일(현지시간) 참석했다/사진=AFP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승리 후폭풍이 거세다. 1992년 빌 클린턴 이후 28년 만에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승리한 조지아 주 얘기다.

공화당 텃밭이란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조지아 주는 대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시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 주가 상원 다수당을 결정하는 최종 승부처가 되면서 때아닌 대통령선거 2차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복수하려면 공화당에 투표하라"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를 찾아 공화당 상원의원 선거 후보인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뢰플러 현직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정치집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지아주를 다시 훔치게 놔둬선 안된다"며 대선 패배에 '복수'하기 위해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촉구했다.

폭스뉴스는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새 야영을 하며 기다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 역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조지아 주를 찾을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화상 연설로 유권자들의 투표를 촉구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지아 주 집회 참석이 정말 공화당과 자신의 선거 사기 주장을 도울 수 있을진 미지수"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집회에 5일(현지시간) 참석했다/사진=AFP

조지아주 선거, '민주 싹쓸이' 가를 연장전미국 상원은 총 100석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명 포함)을 차지했다. 2석이 있는 조지아 주는 결판이 아직 안 났다.

조지아주는 득표율 50%를 넘기는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하게 돼 있다. 퍼듀 의원은 대선 때 같이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49.75%의 득표율을 기록해 50%에 미치지 못했다. 뢰플러 의원은 26%의 득표율을 기록해 33%의 민주당 후보에 뒤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곳에선 내년 1월 5일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고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조지아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조지아주가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정책이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남은 2석을 모두 차지할 경우 50대 50으로 의석 수가 같아지지만, 표결에서 동점이 나올 경우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이 사실상 상원 다수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를 벌이는 지지자들/사진=AFP

재검표서도 진 트럼프, 주지사에 전화해 "뒤집어" 조지아 주를 시끄럽게 만드는 건 상원 선거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뒤집기 위해 계속해서 시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집회 참석 전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결과 번복을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CNN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켐프 주지사에게 주의회 임시회기를 소집해달라고 압박했다. 자신을 지지할 선거인단을 임명하기 위해서다. 또 부재자 투표 서명에 대한 감사 역시 요청했다.

켐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거듭 표시했다. 그는 켐프 주지사와 통화 후 자신의 트위터에 "켐프 주지사가 간단한 서명 검증을 허용하면 내가 조지아주에서 쉽고 또 빠르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왜 이 공화당원이 '노'(No)라고 말하는지. 우리가 조지아주에서 이기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주는 선거 과정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합법적 투표용지만 집계됐단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미 세 차례나 서명 감사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조지아 주는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까지 거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 인증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의 '충실한' 지지자들 역시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투표를 빼앗지말라"고 외치며 집단 시위를 벌이는 동시에 선거 담당 인사들을 협박하고 나섰다. 한 투표기 제조업자는 목이 매달린 합성 이미지와 함께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가브리엘 스털링 조지아주 선관위원장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협박과 폭력 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대통령이 이런 행위를 묵과해선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