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브렉시트 협상시한 또 연장…"현격한 입장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 본부(벨레이몽 빌딩)에서 만나 협상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AFP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미래관계' 협상 데드라인이 또 연장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내년 1월부터 발효될 브렉시트 세부사항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오는 13일까지로 최종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AFP 통신, 가디언 등은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날 무역 협상을 재개해 13일까지 72시간 안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끈 양측 협상팀은 이날 브뤼셀의 EU 집행위 본부에서 만나 3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며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매우 큰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대화는 계속 할 것"이라며 "일요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주요 의제에 대해 생생하고 흥미로운 토론을 했다"면서도 "서로의 입장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하게 됐지만 입장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각 협상팀은 핵심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곧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올해 1월 31일 EU를 탈퇴했고 양측은 올해 말까지인 '전환 기간'에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해당 합의는 무역, 에너지, 교통, 어업 등에 관한 사항을 아우르게 된다.

하지만 아직 공정경쟁 여건 조성, 향후 분쟁 발생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어업(조업권) 등 3대 핵심 쟁점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장벽이 발생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거의 열달 가까이 협상을 벌였지만 그동안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브렉시트 이후(post-Brexit) 미래관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국경 갈등이 생기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세계 공급망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현지 언론 보도는 엇갈렸다. BBC는 "이번 만찬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였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고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연말에 EU를 떠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상당히 어렵지만, 그래도 타결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했다.

EU회원국들은 10~11일 정상회의를 연다. 영국 언론들은 "영국과 EU가 각 의회 비준 통과시간을 고려해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데는 동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