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권고형량 초월한 선고…경비원에 어떤 '갑질' 했나

고(故) 최희석 경비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가 27일 오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심씨는 지난 4월21일 이중주차문제로 경비원 최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8일 입건됐다./사진=뉴스1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故) 최희석씨는 입주민 심씨의 폭행과 폭언, 지속적인 협박을 끝내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씨가 사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 사건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가해자 심씨는 혐의 중 일부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죄질이 나쁘다'며 권고형량인 1~3년8개월형보다 많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심씨가 어떤 '갑질'을 일삼았기에 최씨를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사건의 시작은 주차장 차량 문제였다.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우이동의 아파트단지 안에서 주차 문제로 경비원이었던 최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복잡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최씨가 단지 심씨 차량을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고 폭력을 행사한 것.

최씨는 차를 조금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첫 폭행을 당한 후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심씨는 같은 달 27일 최씨의 신고 사실을 알고,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로 끌고가 12분간 '보복성' 폭행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심씨는 "여긴 CCTV가 없구나. 잘됐다 죽어봐라"며 피해자 최씨의 코를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이 폭행으로 3주간 치료를 요하는 비골(코뼈)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더 나아가 최씨에게 사표쓸 것을 강요했고, 최씨가 '사표를 쓸 수 없다'고 하자 "100대 맞아야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등의 협박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에는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며 최씨에게 자신의 진단서와 함께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니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 "수술비만 2000만 원이 넘으니, 돈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한다"는 정신적 갑질과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최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5월 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는 사망 전 이 같은 심씨의 폭언과 폭행 사실을 유서로 음성에 남겨 억울함을 호소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5월 27일 강북경찰서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심씨를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무고 혐의, 특가법상 보복감금·보복폭행·상해, 강요미수, 협박, 상해 등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심씨는 재판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심심한 위로 말씀 드린다"면서도 "주먹으로 코를 2대 가격하고 모자로 짓누르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상황 녹취록, CCTV, 피해자가 증거로 남긴 사진 등을 근거로 심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는 보복목적 상해 등을 부인하는데 수사과정, 법정진술에서 피고인 태도로 볼 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사안이 무겁고 죄질이 좋지 않아 대법 양형기준 권고형량은 1~3년8개월이지만 피고를 징역 5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