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디워홀 작품 단돈 1만원에 산다"…공동소유 플랫폼 '인기'

단돈 5000원에 강남 한복판 100억원대 건물을 사고, 1만원에 앤디 워홀의 진품을 소유한다. 수천만원~수백억원씩 하는 건물과 예술작품을 최소 투자금 5000원~1만원으로 공동소유하는 디지털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투자대상의 가치평가부터 투자, 수익배분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16일 미술품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는 '피카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이달까지 누적 15건의 공동소유 기획을 진행했다. 앤디 워홀, 장 폴 바스키아, 키스 해링, 트레이시 에민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진품부터 김종학, 조영남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대상이다. 해당 작품들의 투자금액은 1500만원에서 4억원 정도다. 개인들의 최소 투자금액은 1만원씩이다.


미술품 공동소유 기획은 고가의 작품을 개인투자자들이 나눠서 투자, 분할소유하는 구조다. 공동소유 2년 내 해당 미술품을 판매해 원금과 수익을 회수한다. 기간 내 판매가 안 될 때는 회사 측에서 직접 매입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약정된 수익률 2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동소유 투자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 전산기록을 보관한다.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블록체인 기술 기반 '피카아트머니'도 직접 개발했다.

공동소유 작품 중 카우스의 종이 실크스크린 작품인 '더뉴스'와 요시모토 나라의 캔버스 유화작품인 '빅키'는 올해 7월과 10월에 각각 매각, 투자금을 회수했다. 공동소유 기획을 진행한 지 1~2개월여만이다. 투자 작품 선정은 송자호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내부 큐레이터들이 맡고 있다. 송 대표는 동원건설 3세로 2015년부터 동원건설 큐레이터로 입사해 여러 전시의 기획 등을 담당했다.

최고운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는 "국내외 미술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활발하게 거래되는 작품들을 선별해 적정한 투자기회를 발굴하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을 발굴하는 한편 투명하고 간편한 투자 플랫폼을 구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5000원에 역삼동 8층 빌딩 지분 소유

카사 1호 상장 예정 빌딩 '역삼 런던빌' /사진제공=카사코리아

100억원을 웃도는 강남 빌딩도 이제 온라인 공동투자 대상이 됐다. 카사코리아는 상업용 건물을 공몽 상장해 기업 주식처럼 사고파는 금융 서비스 '카사'를 내놨다. 지난달 25일 첫 공모를 진행한 강남 빌딩에는 개인투자자 7100여명이 몰렸다.


카사는 상업용 건물 지분을 ‘댑스(DABS·디지털 수익증권)’로 불리는 소액 증권으로 나눠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댑스는 건물 지분을 1주 단위로 쪼개 소유하는 개념이다. 단일 건물에 개인들이 직접 투자한다는 점에 기존 간접투자방식의 부동산 공모펀드나 상장 리츠(REITs)와 다르다. 투자 대상도 초대형 시설·인프라가 아닌 중소형 규모의 건물이다. 직접 지분을 보유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구조인 개인간(P2P) 부동산 투자와도 다른 방식이다.

첫 공모 대상인 ‘역삼 런던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내 상업용 건물이다. 지난해 완공된 신축빌딩으로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다. 글로벌 국제학교가 5년간 장기 임차했다. 건물 가치는 약 101억원으로 평가받았다. 공모가는 1댑스당 5000원이었다. 공모를 통해 101억8000만원을 조달, 총 203만6000댑스를 발행했다. 1댑스 투자자는 빌딩 지분의 약 200만분의 1을 보유하는 셈이다. 투자한도는 일반 투자자는 2000만원, 전문 투자자는 최대 5억까지로 설정됐다.

투자자는 앞으로 3개월마다 지분에 따른 임대 수익을 배당받는다. 이후 건물을 팔면 매각차익도 나눠받는다. 지분은 공모를 통해 전용 거래소에 상장된다. 기업 주식을 사고 파는 것처럼 실시간 매매도 가능하다. 부동산 소유에 따르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투자수익에 대한 소득세와 거래수수료 0.2%가 부과된다.

역삼 런던빌의 등기상 건물 소유주는 한국토지신탁이다. 실질적인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수익증권의 발행사다. 투자자 자금 관리는 하나은행이 전담하고, 카사코리아는 댑스 공모와 거래 서비스를 담당한다. 카사는 이 같은 구조의 댑스 플랫폼를 개발해 지난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이달 18일에는 역삼 런던빌의 댑스가 전용 거래소에 상장된다. 카사코리아는 서울 테헤란로 부근에 2호 상업용 건물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상권 빌딩에 쉽게 투자하고,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이 목표"라며 "역삼 건물에 이어 테헤란로 2호 빌딩 등 투자가치가 있는 건물을 계속해서 발굴·상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