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생명의 가치는 작아진다"?…코로나가 불붙인 논쟁

4기 대장암 환자로서 BBC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데보라 제임스/사진=데보라 제임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영국의 전 대법관으로 전국민 이동제한령을 반대하고 있는 조나단 섬션이 17일(현지시간) 39세의 대장암 4기 환자에게 "(다른 사람에 비해 목숨이) 덜 가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섬션은 이날 BBC의 '더빅퀘스천스'(The Big Questions)에 출연해 이동제한령의 비용에 대해 토론했다. 그는 취약계층은 원한다면 격리돼야 하지만 나머지는 격리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모든 삶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생명의) 가치는 작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4기 대장암 환자로서 BBC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데보라 제임스는 그에게 "죄송하지만 나는 당신이 말하는 소위 가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섬션은 제임스의 말을 끊은 뒤 "나는 당신의 삶이 가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가치가 덜하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는 섬션에게 즉각 비난을 쏟아냈다.

인권 변호사 아담 바그너는 "맙소사! 그는 자신의 삶이 가치 없냐는 4기 대장암 환자의 질문에 '덜 가치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이동제한령 반대의 표상이다. 비인간적이고 기괴하다"고 혹평했다.


신체적 상해 관련 법정 변호사인 데이비드 그린은 "섬션은 분명히 나보다 훨씬 똑똑한 변호사지만, 그처럼 끔찍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내 모든 뇌세포를 교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리학 교수인 존 타시울라스는 "숫자에 의한 윤리는 기괴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단순성은 많은 사람에게 강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벤자민 재너웨이는 "우선 섬션의 발언은 혐오스럽고 생각 없었다"며 "당신이 어떠한 공리주의적 주장을 펼치더라도, 일대일로 비교하거나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근거해 절대로 성립될 수 없다. 우리 중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섬션으로부터 '덜 가치 있다'는 말을 들은 제임스는 섬션을 향해 "당신은 누구길래 삶에 가치를 매기냐"며 "나는 모든 삶이 신성하고 우리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는 섬션의 발언에 동의하기도 했다. 라디오 진행자 줄리아 하틀리-브루어는 "만약 당신이 화재에서 한 사람만 구할 수 있고 8살과 80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이 누굴 구할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상대적인 가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섬션은 이날 토론에서 "코로나19는 취약계층을 공격한다.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의 노약자였으며 이들 중 90%가 매우 심각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며 "취약계층을 격리시키는 대신 우리는 모두를 격리시키는 방안을 택했다"고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이동제한령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