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요금이 국가경제 돕는다고?…환상 깨야"

전력정책포럼이 26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열렸다./사진=유튜브 캡쳐

"국제유가가 올라가는데 전기요금이 안 오르는게 우리에게 과연 좋은 일인가? 값싼 전기요금이 국가경제를 도울 것이란 환상을 깨면 좋겠다."(문승일 서울대 교수)

대한전기협회는 26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기후위기시대 전기요금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제1차 전력정책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지난해 12월 개편된 전기요금체계를 평가하고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시대 전기요금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는 조성경 명지대 교수 사회로 문승일 서울대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박사, 정형석 한국전기신문사 팀장, 신경휴 한국전력공사 요금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값싼 전기요금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이 싼 것이 국민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칠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전기가 싸면 다른 에너지를 쓰지 않고 전기를 더 쓸 것"이라며 "전기는 가스를 태워서 만들어지고 그중 3분의 1만 전기가 되는데 수돗물보다 생수가 더 싼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수로 빨래를 하는 꼴인데, 이런 비용을 누군가는 지불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싼 것이 좋기만 하면 왜 전기를 돈받고 파나"라며 "적절한 전기요금 정책이 국가경제를 건실하게 만들고 에너지 전환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료비를 가격에 반영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로 현재 첫단추를 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묵적으로 지불되고 있는 전기생산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까지는 전기요금이 정책설계의 주요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환경과 지역주민 영향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박사는 "그동안 값싸고 편리한 전기란 신화에 빠져 전력소비로 인한 고통비용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경·사회적 비용을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설득해서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환경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석탄발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 원전은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여러가지 갈등비용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기요금체계 개편 과제로는 전압별 요금제, 계절별·시간별 차등요금제 등이 제시됐다.

신경휴 한국전력공사 요금정책실장은 "앞으로 전압에 따라 요금을 분류하는 전압별 요금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존에도 일부에서 적용했으나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전기요금체계는 소비자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사회가 과거에 비해 복잡해져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신 실장은 "공급원가에 기반한 계절별·시간별 차등요금제 도입도 과제"라며 "낮시간대, 여름·겨울에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과해 피크전력소비를 줄이거나 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