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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매도와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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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우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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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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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매도와 주가 하락
금융실명제는 세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도입됐다. 첫 번째 시도는 1982년에 있었다. 그 해에 장영자의 대규모 어음 사기 사건이 발생했는데 재발을 막기 위해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12월에 관련 입법이 만들어졌지만 시기상조라는 비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흉내만 낸 채 마무리됐다. 두 번째 시도는 1987년에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실명제 실시를 약속하면서 논의가 불붙었지만 1990년에 시행이 무기한 보류됐다.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실명제를 실시할 경우 주가가 한없이 내려간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1993년 7월 긴급 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겨우 빛을 보게 됐다.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열흘 정도 지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700에서 출발한 주가가 연일 상승했는데 금융실명제로 주식시장 외에 돈이 갈 곳이 없다는 논리 덕분이었다. 주가에 따라 20년 가까이 당연시되던 ‘금융실명제=주가 하락’이란 등식이 순식간에 힘을 잃은 것이다.

정부가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원래는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공매도가 시행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투자자의 불만에 정치권이 동조하면서 시행이 늦춰지고 범위도 좁아진 것이다. 재개를 약속하긴 했지만 지난 과정을 볼 때 주가가 하락하면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제도가 주가를 움직인 경우는 없다. 20년간 악재였던 금융실명제도 주가를 잠시 끌어내리는데 그쳤는데 영향이 주식시장에 한정되는 공매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공매도 재개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빠른 시간에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시장에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공매도가 문제가 되는 건 실제 영향보다 사람들이 나쁜 제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가가 공매도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몰아갈 경우 시장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주가가 다른 이유로 하락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매도 탓만 해 정확한 투자 전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0년이 그런 경우였다. 금융실명제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원성이 자자하자 정부가 시행을 보류했다. 주가는 하루 반짝 오른 후 다시 떨어져 800대에서 400대 중반으로 후퇴했다. 하락이 경기 부진 때문인데 이를 무시하고 금융실명제 탓을 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할 시기를 놓쳐 더 큰 손해를 본 것이다.

2015~2019년까지 5년간 498조의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 해당기간 거래대금 합계 1경 1,427조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 밖에 안 되는 공매도가 시장을 흔든 결정적 요인이었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공매도가 먼저 매도한 후 다시 매수해야 하는 제도임을 감안하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줬다기보다 특정 기간이나 종목에 일시적 영향을 주는데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을 시행할 때는 정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집중해야지 가격에 집착하면 안 된다. 주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시장을 움직이는 논리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에 몰입하면 제도를 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오랜 시간 준비해 왔고 조세 형평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시장의 거부로 원래보다 한참 후퇴한 방안을 도입하는데 그쳤다. 공매도도 투자자들이 거부로 계속 후퇴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우리 시장이 선진국 시장에 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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