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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징벌배상, 포털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시장개혁에 해답[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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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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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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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포털·언론, 책임 비율 따른 공동 배상의무…'기사 원산지 실명제'로 독자선택권
-'전여옥 외 1건' 불과한 포털 손해배상, 정보통신망법 언중법 보완 필요
-언론사 개혁이 아니라 언론 ‘시장’ 개혁 필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하면 1992년 미국의 ‘맥도널드 커피 사건’을 떠올린다. 하지만 징벌배상은 훨씬 이전인 1763년 영국의 ‘윌키스 사건’을 계기로 보통법(common law)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과도한 입법이라는 비판과 ‘최적 억지’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저감장치라는 법경제 이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징벌배상의 '본고장'인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2003년 제시한 징벌손배의 합헌 기준은 ‘손해액의 10배 미만’이다. 그럼에도 뉴욕주 등 16개 주는 상한이 없는 징벌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징벌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주는 5개 밖에 안된다.


'언론탄압'이라고 목청 높이기보단 왜곡된 '시장메커니즘' 바꿔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법안’을 통해 징벌배상의 대상에 언론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언론장악 음모다, 언론이 가습기 살균제나 자동차 제조사하고 같느냐” 항변은 우리 업자(언론인)들끼리는 통하는 개탄이지만, 국민들이 공감해줄 지는 극히 의문이다.
잘못된 기사, 여기에 기사 댓글까지 더해져 갈등과 비용이 증폭되고 사람 목숨까지 오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언론은 오히려 더 엄정한 징벌배상이 필요한 영역이라는데 공감할 국민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달 초 실시된 언론 대상 징벌손배에 대한 찬반 설문에서 찬성 응답이 61.8%(오마이뉴스/리얼미터)로 반대(29.4%)의 두 배가 넘었다. 언론과 야당의 반발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해 5월 미디어오늘/리서치뷰 조사에선 찬성이 무려 81%에 달했다.
언론인으로서 차마 꼿꼿이 머리 들고 “언론탄압”이라고 목청을 높이지 못하겠다.

물론, 단순히 징벌배상을 물린다고 해서 언론이 개혁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개혁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사를 쓰고 퍼뜨리는 뉴스 생산-유통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시장형 개혁’이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제대로 된 시장은 소비자들이 양질의 제품과 믿을 만한 제조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불량품과 제조사는 외면받고 퇴출돼야 한다. 언론상품도 마찬가지다. 우리 뉴스 시장은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는커녕, 자극적이고 유해한 제품(기사)들이 패거리 저널리즘, 정파적 선동, 과대허위포장을 통해 독자들을 낚고 있다.
독자들은 과점 공급자인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판매자인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은 납품업자다. 포털은 트래픽은 곧 수익이다. 포털에는 온갖 저질 제품들까지 납품된다. 불량제품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질 위험이 없는 포털은 품질관리(퀄리티컨트롤. QC)를 해야 할 동기가 별로 없다.


포털서 '2차 피해'…기사 읽히는 비율따라 징벌배상 나눠 내야



어떻게 해야 언론시장이 정상화 될 수 있을까. 판매자에게 공동 책임을 물어 리스크를 지게 함으로써 자정기능을 작동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회복시키는 것이 시장회복의 출발점이자 언론개혁의 필요조건이다. 실제 소비자의 피해가 일어나는 지점, 피해를 유발한 사업장과 사업자에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징벌배상과 언론개혁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뉴스를 어디서 봤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네이버, 다음” 이렇게 대답한다. 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75.8%에 달한다.
소비자가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소비하는게 아니라 포털사이트 내에서 소비되는 인링크(In-Link)시스템이 국내 포털의 기본구조이다. 언론사의 뉴스컨텐츠는 포털의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돼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활용된다.

제조물책임(PL)법도 유통업자의 공동책임을 묻는다. 물론 단순 유통업자의 책임은 제조업자에 비해 훨씬 가볍다. 하지만 포털은 ‘단순 유통업자’가 아니라 뉴스 언론 시장의 최상위에 있는 미디어이다.언론수용자조사에서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65%에 달했다. 네이버는 KBS에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2위, 가장 신뢰하는 매체 3위에 오른 ‘언론사’로 인식되고 있다.
단순한 '인식'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포털에서 소비되는 건 단지 뉴스 뿐이 아니라 거기 붙은 댓글들까지 포함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포털에서 ‘2차 가공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기사로 인한 피해와 확산, 기사 댓글을 통한 2차 피해와 가중피해가 포털에서 일어난다. 실제로 기사가 읽히고 유포된 비율에 따라 언론과 포털이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을 나눠 내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징벌손배 분담, 포털에 자정·위험관리 유인…사회적 책임으로 '위대한 기업'돼야



혼자 당할 수 없으니 포털도 같이 끌고 들어가려는 물귀신 심보가 아니다. 포털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 스스로 불량 납품업자(쓰레기 언론)를 상시적 적극적으로 걸러내야 할 유인이 생긴다. 김영란법의 효과가 ‘공무원 등’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 뿐 아니라 범법행위를 거절할 명분을 준 것처럼, 포털도 쓰레기 언론을 거부할 명분도 생기고 언론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독자가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아웃링크(Out-Link) 시스템이 기본이 되면 포털의 손해배상 위험은 최소화한다.

포털로서는 안 물던 돈을 내라니 억울하단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포털은 20여년간 우리 사회의 토양에서 성장해 온 국민의 하루를 책임지는 ‘공공인프라’가 됐다. 이 정도 규모가 됐으면 시대의 화두인 ESG경영의 S(Social:사회적 책임)를 생각하는 대인의 면모를 보여줄 때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기업'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겠냐고 간곡히 이야기하고 싶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털과 징벌배상을 분담하면 배상액의 일부만 내도 될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 법안에서 제시한 '손해액의 3배'가 아니라 그 보다 더 높게 손배액이 입법화해도 겁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우리 주머니 부담을 줄여보자는 얄팍한 잔머리를 굴리는 게 ‘절대’ 아니다. 배상액보다 중요한 핵심은 '책임에 따른 배상분담과 이를 통한 시장정상화'이다.
기자들로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무리한 베끼기 기사, 클릭만을 위한 부풀리기 기사,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기사를 쓰지 않을 '방어막'으로 징벌배상 제도가 기여할 수 있다.



언론사, 아웃링크 통해 브랜드 확립…독자 유입, 구독모델로 시장 평가 작동


아웃링크를 통해 독자들이 자사 사이트로 유입되면 언론사는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진정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오빠~, 밤마다~' 이런 이른바 ‘네트워크 광고’로 사이트를 떡칠하지 않고도 충성고객을 확보해 제대로 된 타깃광고를 유치하고 구독모델도 해볼만 하다. 포털 제목장사로 연명하지 않고 언론이 독자를 직접 만나 진검승부를 통해 살아남는 제대로 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왜 독자가 지저분한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봐야 하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언론사 사이트의 현주소는 포털체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걸 무시한 말이다. 원인을 개선해야 결과가 바뀐다.
뉴욕타임즈처럼 수준높은 컨텐츠로 유료 구독모델을 만들고, 자정노력을 통해 셀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지금과 같은 세계 유일의 포털생태계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미디어 비평 사이트들도 사이트의 정체성과 무관한 네트워크 광고로 도배돼 있다.


법원 "포털 책임" 인정 불구, 손해배상 전여옥 사건 등 단 2건


현행 언론중재법에도 포털의 연대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지는 않다. 언중법 18조2항은 “피해자는 언론보도 '등'에 의한 피해의 배상에 대하여 제14조제1항의 기간 이내에 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손해배상액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2009년에 개정된 7조1항은 언론중재의 대상에 ‘언론등의 보도 또는 매개(이하 “언론보도등”이라 한다)’로 규정, 뉴스매개체인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도 중재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포털이 생긴 이래 20여년 동안 언중위 중재에 의해 포털이 언론기사 유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한 경우는 딱 한 건이다. 사진초상권 침해와 관련된 2010년 사건의 피해 산정액은 단 15만원이었다.
재판까지 가서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낸 경우는?
2006년 전여옥 전 의원이 언론사와 포털을 상대로 500만원을 받아낸 사건과, 일반인의 명예훼손 관련 사건(2009년) 등 단 두 건 밖에 없다. 이 외에는 포털이 언론기사로 인한 피해의 ‘피고’로 법정에 선 경우 자체도 기록에 없다.
참고로 전여옥 사건 당시 포털책임을 인정한 판결문의 핵심 대목은 이렇다. “송고된 기사 내용 그 자체에 대하여 (포털이) 수정·변경을 가할 수 없는 대신 그 기사 내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해당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뉴스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해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들과 위 언론사들 사이의 내부적인 책임 분담 약정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뉴스를 배치하고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책임이 따르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인공지능 AI 편집이라고 해도, 알고리즘을 사람이 짜는 한 본질이 달라질 건 없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포털의 책임분담이 이뤄지지 않아 왔던 것은 관련 법 규정이 모호하고, 피해자(독자)들로서는 언론시장적 관점보다는 어디서건 손해배상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포털이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된 것도 그나마 2009년 이후이고 이후 기술발전과 시장변화를 반영할 입법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징벌배상제도가 도입돼 '가해자의 재산상태'가 징벌배상액의 주요 근거가 되면 누구로부터 배상을 받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포털 언론사이트 클릭+ 발행부수 반영 피해산정 필요


포털이 사실상 공공인프라가 됐고, 뉴스 유통은 물론 ‘언론’으로서 소비자 피해의 진원이 되고 있는 만큼,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 관련 법에 ‘책임 정도에 따른 손해배상 분담 의무’를 명확하는 규정하는 것이 언론개혁법안의 핵심이 돼야 한다.
책임정도를 규명하기 위한 소비(트래픽)자료 제출도 의무화해야 한다. 어느 기사가 포털에서 몇 클릭, 언론 클릭이 읽혔는지 데이터는 포털과 언론사에서 간단히 제출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의 경우는 여기에 ABC(발행부수공사제도)에서 공인된 신문 발행부수를 '피해규모'에 산정하면 된다(이렇게 되면 신문사가 발행부수를 부풀리고 과장하는게 손해배상액을 높이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물론, 징벌배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비난가능성’을 비롯, 가해자의 재산상태와 이득, 소송비용 등이 엄격히 법적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하는 말이다.



기사제목에 언론사명 표기 '실명제'도 의무화해야


한 가지 더, 소비자들에게 언론 선택권을 돌려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포털사이트에 뜨는 기사제목에 출처를 반드시 명기하도록 하는 ‘기사 원산지 실명제’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모바일사이트 첫화면, ‘헤드라인 뉴스’, '많이 본 뉴스' 등은 제목에 여전히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가 노출돼 있지 않다. 업계 선두 네이버의 등 뒤에서 맞바람을 피해 온 다음 포털은 '깜깜이 클릭'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심하고, 네이버가 폐지한 '많이 본 뉴스'도 없애지 않고 있다.
일반 상품은 구매하기에 앞서 제조업체, 원산지 등을 보고 소비한다. 하지만 포털 기사는 제목을 누르는 순간 소비가 일어난다.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 선택해서 볼 권리가 없다. 매우 의도적인 익명화이다. 기사에 들어가 보고 나서야 “에이 씨~”하고 창을 닫아도 이미 소비는 이뤄지고, 클릭은 포털과 언론사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더더욱 제목은 최대한 섹시하게 달게 되고, 베껴 쓴 기사일수록 원래 기사보다 더욱 공격적이 된다.

30년 가까이 언론사에 몸 담으며 온갖 오물을 몸에 묻히고 살아온 주제에 이런 언론개혁 화두를 입에 담는 건 면구한 일이다. 포털에 징벌배상을 같이 물리고, 기사 원산지 증명제를 하는 것만으로 언론시장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정노력'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다.
기자들이 유독성 환경에서 병들어 가고, 독자들이 맹독성 기사에 중독돼 가는 걸 방조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와 언론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우선 실행해야 한다.
이런 시장 개혁에 여·야 보수·진보 내편·네편이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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