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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런 한국식 방역의 값어치[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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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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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의 진원지로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의 방역정책을 간략하게 표현하면 1차원적이고 강압적이고 조용하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중국 어느 곳에서나 봉쇄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역은 꽉 틀어막고 핵산검사를 진행해 확진자를 찾아내는 식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어떠한 저항도 없이 관철된다. 중국 베이징 특파원 시절 있던 일이다. 20층이 넘는 건물이 별다른 이유없이 별안간 봉쇄됐다.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해당 건물에 근무하는 이들은 수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건물은 2주 이상 폐쇄된다. 해당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식당은 물론이고 은행 등 어떤 곳도 영업을 하지 못한다.

폐쇄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확진자가 다녀갔다거나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가 근무한다거나 하는 진위를 확인하기 힘든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당국에 문의를 해보고 언론을 샅샅이 살펴도 사실을 알기 어렵다. '폐쇄하라' 했으니 폐쇄한 것으로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딱히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선 코로나19 핵산검사도 단 이틀이면 수백만명을 대상으로도 끝낼수 있다. 베이징내 한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왕징(望京) 인근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난해 12월 중국 방역당국은 왕징과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인원에 대한 핵산검사 명령을 내렸다. 발표가 난 직후 검사를 위한 임시시설이 설치됐고 다음날 부터 단 이틀만에 100만명이 넘는 인원에 대한 코로나19 핵산 검사가 마무리됐다.

한인 거주지역 아파트 단지들마다 핵산검사가 이뤄진 첫날 수십명을 줄을 서서 검사를 받는 풍경이 펼쳐졌다. 한겨울 추위에 덜덜 떨며 무표정한 얼굴로 핵산검사 순서를 기다리던 중국인들을 잊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목표를 위해선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단어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것 처럼 보였다.

정부의 통계도 하루 한번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각 지방정부의 위생건강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게 사실상 전부다. 기자간담회도 당의 정책이나 입장을 밝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영토는 95배 넓고, 인구는 28배 많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발표하는 통계치곤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보다 불친절한 정부는 없지만 언론은 물론 대중들도 정보 공개에 둔감하다. '공산당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말로 대면되는 그릇된 신념이 중국 인민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였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한국식 방역은 소란스럽다. 아침이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환자 현황을 발표한다. 오전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오후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례브리핑이 이뤄진다.

코로나19의 보도를 전담하는 바이오부 업무 채팅방엔 수없이 많은 대화가 오간다. 정부의 방역대책이나 백신접종 계획들은 매일매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속속들이 보도된다.

이런 보도들을 바탕으로 정부의 대책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일부는 정책 변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개 정보의 공개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비판은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

중국에선 최근 10명대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고 있다. 14억 인구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5200만명 인구의 우리나라에선 매일 4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온다.

숫자만 놓고보면 중국이 우리보다 방역성과가 더 좋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성과가 그들의 비해 값어치가 없다고 할순 없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근본적 차이를 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젠 뻔한 수사처럼 쓰이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중국처럼 강압적인 방식을 쓰지 않고서도 우리는 다소 소란스럽지만 점차 방역과 생활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난데없는 정치의 개입은 K방역의 커다란 흠결이다. '1호 접종'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에게 1호 접종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에 맞선 여당은 쓸데 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자신이 1호 접종자가 되겠다고 나서 논란을 키웠다.

방역을 책임지는 당국자들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란에 피곤해 졌다. 코로나19의 정치화는 말 그대로 '불필요한 정쟁'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사류라는 말은 언제쯤 떠올리지 않아도 될까.
소란스런 한국식 방역의 값어치[광화문]



  • 김명룡
    김명룡 dragong@mt.co.kr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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